2월의 경기|이갑섭<본사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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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 달의 경기를 전망하는데 있어 초점이 되는 것은 역시 물가동향이다. 잇달아 강습 적으로 대폭 인상 조정된 주요상품 가격이 일반물가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달에 물가가 크게 오르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다만 궁금한 것은 물가상승의 폭이 어느 정도에 달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 있게 확실한 예측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약간의 전망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수요의 측면에서 물가상승의 압력이 계속해서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중의 경제지표는 총수요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재정적자와 국내여신의 증대는 통화량의 격증을 가져왔고 사회의 총체적 유동성을 크게 팽창케 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총 수요 면에서 물가를 상승케 하는 큰 자료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묶어두었던 가격을 최근에 와서 잇달아 대폭 인상한 것 자체만으로도 관련제품 값을 올리는데 충분하다. 원가상승은 가격을 올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더욱 총수요의 확대가 계속 일어나고 있으므로 인상조정 된 가격의 타 물가 파급은 매우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인상조정 된 가격에 대한 상승압력으로 되돌아오게 할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총수요의 확대는 이른바 가격현실화정책의 대상에서 제외된 많은 제품 값의 수의적인 현실화운동, 즉 가격인상을 막지 못하는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가격이 인상조정 된 상품과 관련되는 가격상승요인과 한데 엉켜 이 달의 물가동향을 적지 않게 어지럽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은 독점가격과 같은 인위적인 가격인상을 직접 규제하는 동시에 총수요억제책을 강력히 쓰는 일이다. 1월중의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은 경제운용의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l·24 금리인상조치와 같은 소극적인 정책이나 운영의 여하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도 달라질 수 있는 선별금융정책과 같은 불확실한 정책으로써는 불충분한 것이다.
총수요억제책은 이를 강력히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물가에 미치는 것은 일정한 기간을 지나고 난 다음부터일 것이므로 이 달에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물가안정은 오로지 단기적인 과제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불가피하게 추구될 수밖에 없다.
총수요의 증대와 함께 지적해야 할 물가상승요인의 또 한가지 측면은 공급 면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불안한 자료다. 지난 두 달 동안의 도매물가 상승률만으로도 그것은 무려 약10%에 달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원가상승압력이 나날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물가상승→원가상승→물가상승」의 악 순환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일이 된다. 이런 까닭으로 해서도 총수요억제책은 강력히 추구되어야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수입상품값은 계속 상승세를 견지하고 있으므로 국내적인 불안요인이 없다 하더라도 물가상승은 피할 길이 없다. 현재의 경제구조를 여건으로 할 때 단기적으로는 묘책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가상승에 자극 받고 있는 임금인상의 압력이 공급 면에서 또 하나의 물가상승요인으로 기다리고 있음을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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