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쌀 증산왕 엉뚱한 사람이 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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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원주=조광희 기자】농수산부는 73년도 벼 다수확 농가 심사과정에서 강원도 원성군 호저면 옥산리333 최용균씨(28)가 단보당(10a)9백63.9㎏을 수확해 전국에서 최다 수확했음을 현지 심사에서 확인하고서도『너무 수확량이 많아 고위층 및 세계식량기구 등에서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최씨보다 수확량이 훨씬 적은 충북 서천군 한산면 연봉리 조권구씨(50)를 73년도 쌀 증산 왕으로 뽑았음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1일 최씨와 원성군 농촌지도소 당국이 농수산부가 실시한 벼 다수확 농가심사에 대해 이의가 있다고 주장, 이의신청을 제기하겠다 밝힘으로써 알려진 것.
농수산부가 지난 1월 16일 발표한 73년도 쌀 증산왕 조씨의 수확량은 현지 심사에서 확인된 최씨의 수확량보다 1백83.1㎏이나 적은 7백80.8㎏으로 되어있다.
최씨가 전국 최다 수확으로 현지심사에서 확인되기까지는 농수산부 심사 등 5차례나 심사 끝에 확인되었던 것인데 지난해 9월 22일 실시된 3차심사(심사관 강원도 농촌진흥원 이민우씨·강원도 통계계 최용길씨 등)에서 심사관의 접근을 금지시킨 후, ㎡당 3개소에서 포기조사 및 베어낸 뒤 이삭을 절단해「비닐」봉투에 2중으로 포장해 날인한 후 원성군청으로 와서 탈곡, 칭량한 후 전자계산기에 의해 계산한 결과 단보당 9백63.9㎏의 수확량이 나와 심사관 및 입회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다시 9월 24일에는 4차 확인심사로 농촌진흥청 통계과장 등 4명의 심사관이 6개소에서 1명씩 예취하여 칭량 결과 같은 수확량이 나타나자 심사관들은 이 같은 사실을 즉시 농수산부에 통보, 9월 26일 실시된 최종심사에서는 농수산부의 미산과장·미산계장·농촌진흥청 통계과장 등 5명이 심사관으로 현지에 내려와 심사한 결과 마찬가지의 수확량을 확인했었다 한다.
이에 심사관들은 엄청난 수확량으로 전국 최다수확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최씨와 관계 지도인사들을 꺼려하기까지 하면서도『너무 수확량이 많아 상부 고위층 인사 및 세계식량기구 등에서 믿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그 후 지난 1월 16일 농수산부는 73년도 쌀 증산 왕을 엉뚱하게 최씨보다 수확량이 훨씬 적은 조씨를 뽑아 발표했고 최씨의 수확량은 각 도별 증산 왕에서도 빠져 관계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었다.
이에 임동섭 원성군수 등이 강원도의 사전 승낙 하에 직접 농수산부를 찾아 항의,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이미 끝난 일을 문제삼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너무 수확량이 많았던 것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라는 엉뚱한 해명을 들었다고 한다.
군에서 제대해 고령의 아버지를 도와 지난 70년부터 농사일을 해온 최씨는 7백50평의 논에 「터널」식 보온절충 묘판을 설치한 후 통일벼(수원213호)를 지난해 5월 21일 이앙 했다가(파종 4월 7일)8월 27일 출수 했는데 심사결과 ▲평당 주수 1백4주 ▲주당 본수 17본 ▲수당 입수 1백30알에서 1백50알(최고 2백50알·최저 70알) ▲10α당 수확량 9백63.9㎏으로 현지심사에서는 국내 최다수확을 했던 것이다.
▲농수산부 당국자의 말=작년 10월 농수산부 관계자와 농촌진흥청 기술관계 직원들이 여러 차례 현지 출장, 심의했으나 공적심사 규정에 미달하고 신빙성이 없고 공식기록으로 채택할 수 없어 탈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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