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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제네시스, 묵직한 드라이빙 맛 … 벤츠S클래스, 급가속 때도 소음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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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스피드’ 대 ‘구름 속의 산책.’ 국산차와 수입차 진영의 대표선수들인 현대차 제네시스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S500롱)의 첫 느낌이다. 제네시스가 독일차 못지않은 탄탄한 주행성능과 고속안정감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면 S클래스는 구름 위를 미끄러져가는 것 같은 유려한 승차감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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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두 차량은 차이점이 많다. 체급부터 다르다. 제네시스는 S클래스와 그보다 한 급 아래인 E클래스의 중간 정도 크기다. 브랜드 이미지와 경륜에서도 두 차량은 큰 격차가 있다. 제네시스가 운전자 중심의 차량이라면 S클래스는 대표적인 동승자 중심 차량이다. 하지만 직접 타 본 두 차량은 다르면서도 닮아 있었다. 두 차량 모두 주행성능과 뒷좌석의 안락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신경 쓴 기색이 역력했다.

 제네시스는 쉽게 속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디자인 공개 행사, 11월의 신차발표회 때 두 차례 제네시스를 만났지만 미끈한 외모를 구경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12월의 시승행사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고급 모델인 G380프레스티지(4륜구동·6380만원)를 배정받아 광주공항에서 영암F1서킷까지 100㎞ 구간을 주행했다. 차를 고속도로에 올리자마자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응답속도는 예상보다 약간 느렸다. 소음이 커지고 계기판의 RPM수치가 올라간 뒤에야 차가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2t에 가까운 무게 탓인 듯했다. 브레이크가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가속이 붙은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독일의 뉘르브루크링 서킷에서 갈고 닦았다던 주행성능이 빛을 발했다. 시속 100㎞에 이르렀다는 느낌에 계기판을 쳐다보니 바늘은 시속 160㎞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행성능과 고속안정감은 독일차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회전 구간에서는 4륜구동 시스템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네 개의 바퀴가 동시에 바닥을 잡아채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돌렸다.

 뒷좌석에도 앉아봤다. 속칭 ‘사장님 차’로 불리는 동승자 중심 차량을 연상시킬 정도로 뒷좌석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KTX좌석과 비슷하게 앉은 자리 부분이 앞으로 당겨지는 형태로 좌석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동시에 조수석을 차체 앞쪽으로 끌어당겨 공간을 한층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진짜 나무로 꾸며진 내부 장식들도 중후한 멋을 풍겼다.

 최근 시승한 신형 S클래스는 동승자 중심 차량의 대명사다웠다. 뒷좌석의 안락함은 제네시스보다 한 수 위였다. 이 차는 제네시스와 달리 등받이 자체가 뒤로 젖혀지는 구조다. 우등고속버스와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결합된 것과 같다. 젖혀지는 각도도 최대 43.5도에 달하고 발판도 별도로 장착돼 있다. 조수석이 7㎝까지 앞으로 당겨지기 때문에 뒷좌석 공간도 한층 넓다. 뒷좌석에서는 6종류의 다양한 전동 마사지 기능도 체험할 수 있다. 사용해보니 등 부위 구석구석이 부드럽게 자극됐지만 마사지의 강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안전벨트가 에어백처럼 부풀어 올라 탑승자를 보호해주는 ‘프리세이프 벨트’, 팔걸이 열선 등의 최신 안전·편의 사양도 S클래스의 차별화 포인트다.

 그렇다고 운전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455마력, 71토크(㎏·m)의 4600cc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주행성능이 탁월했다. 가속력이 워낙 좋았던 탓에 시승 중 미처 속도감을 인지하지 못해 속도 위반 카메라에 적발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행감도 뛰어났다. 급가속을 해도 소음이나 진동 없이 부드럽게 차량이 전진했다. 카메라를 이용해 도로의 노면 상태를 미리 확인한 뒤 서스펜션의 높이를 자동 조절해주는 ‘매직 바디 컨트롤’ 장치가 유려한 승차감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차량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단점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S클래스는 가격대가 1억2990만~2억2200만원에 달한다. 시승 차량인 S500롱 모델은 제네시스 3~4대 가격과 맞먹는 1억9700만원이다. 여력이 있는 주고객층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가격대인 것은 사실이다.

 시승을 마친 뒤 제네시스에 ‘보급형 S클래스’의 역할을 기대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가 “S클래스의 대체재는 없다”고 항의할 경우 맞대응할 생각은 없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그 역시 틀리지 않은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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