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한 쪽도 나눕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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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공헌이 이윤추구와 함께 가장 큰 덕목이 되고 있다.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기업의 핵심적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지역사회의 현안 과제에 대해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 그늘에 가려,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활동량에 비해 공헌과 나눔이 알려지지 않거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2013년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매출 501위부터 1000위까지의 중견·중소기업 중 전체의 62%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중견·중소기업이 이미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인 기업트렌드가 된 것이다. 사회복지와 학술·장학, 환경보호, 문화예술, 재난 구호, 보건의료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백서’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지난달 처음 발간했다.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가 유일했다. 매출액 기준 501위부터 1000위까지와 그밖에 2012 한국의 중견기업(중견기업연합회 회원사),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소속 기업 등 총 5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 540개 기업 중 209개 기업이 응답하였으며, 이중 유효 표본은 200개로 37%의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중기 62% 사회공헌, 평균 3억4000만원 지출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80%가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고 생각했다. 사회공헌 전담부서 및 전임자 유무에 따라 인식에 차이를 보였으며, 사회공헌 전담부서 및 전임자가 있는 경우 사회공헌활동 동기에 ‘CEO의 의지’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 활동 시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46.2%)’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회적 요구 및 지역사회 필요성이 40.8%로 그 뒤를 이었다. 사회공헌 활동 수행 기업을 대상으로 활동 중이거나 관심 있는 사회공헌(자원봉사) 분야에 대해 사회복지(83.1%)가 가장 높았다. 학술장학이 31.5%, 환경보호가 16.9%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활동 추진 중 어려움에 대해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인력 및 예산부족’을 꼽았다. 반면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은 ‘사내공감대 협조’와 ‘사회공헌활동 관련 법제도 및 정부 지원책’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중소·중견기업의 직접사업 비용과 기부금을 합한 사회공헌 비용 총액은 1000만~5000만원 미만이 2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00만원 미만이 24.6%, 1억~10억원 미만이 15.4%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사회공헌 비용으로 업체당 약 3억4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NGO와 협업 … 체계적·지속적 활동

돈만 기부하고 끝나는 것은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다. 소외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부와 NGO 단체가 함께 운영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각종 복지시설 및 비영리단체를 후원하여 시설의 환경개선 및 생활수준 향상을 돕고 있다. 민관이 협력해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수준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모범적인 사회공헌 사례가 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NGO와 함께 여성가장 지원으로 사회책임을 실현하고 있다.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WOW’(Wings Of Women·여성가장에게 행복의 날개를)를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 여성가장의 자녀 5명에게 총 2000만원의 학업비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주류회사인 디아지오(Diageo Plc)의 한국법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여성 역량 강화 프로그램 플랜 더블유(Plan W)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마음과마음재단을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여성가족부와 지난해 4월 체결한 MOU를 기반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여성들의 역량 강화 및 자립을 위한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특성 살린 재능기부가 활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 교육 지원 등 재능 기부 형태로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는 곳도 많았다.

쿠쿠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소외계층과 지역사회에 늘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물품을 지원해주는 ‘사랑나눔캠페인’을 연간 캠페인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복지시설, 다문화가정, 소외계층에게 밥솥·가습기 등의 생활가전제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2012년부터 지체장애인 기업과 상호간 긴밀한 교류를 통해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업무협약을 체결한 발달장애인 고용 기업 베어베터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명함이나 카탈로그 제품 소개 등 디지털 인쇄기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시키고 있다.

ADT캡스는 2012년 3월부터 서울시와 ‘서울시 홈 방범서비스 공동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저소득 싱글 여성을 대상으로 ADT캡스의 첨단 보안 서비스를 월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정혜영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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