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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석굴암 보호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는 지난 19일 1974년을 인류 공동의 유산인 각국의 문화재들을 원형대로 보호하자는 국제적인 운동의 해로 삼고자 세계 문화재의 보호를 위해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특히 동본부는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 체코의 모스트 시에 있는 교회, 페루의 잉카 문명의 발상지 마추피추, 아프가니스탄의 세계최대의 불상 및 한국이 석굴암 등 25개국의 문화재가 원형 상실 또는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인류공동 유산을 지키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동본부는 금년에는 파키스탄의 「신드」지역의 인더스강 유역에 1921년부터 발굴되기 시작하여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밖에도 고대 문명이 또 하나 있다고 밝혀진 모헨조다로가 지하의 염분으로 인한 침식작용과 인더스강의 범람으로 소멸 위기에 놓여 이를 보존하기 위한 5백만 달러의 국제모금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유네스코의 운동은 파키스탄 정부가 독자적인 힘으로는 모헨조다로의 보호를 감당할 수 없어 총 7백 50만 달러의 원조를 요청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으로 특히 한국의 석굴암이「보호되어야 할 세계 문화재 중의 하나」로 선정된 것은 한국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곳의 유력지 르·피가로도 이 운동에 관해 특집을 내면서 한국의 석굴암은 찬란한 고대 한국문명의 결정으로서 그의 부조상과 불상이 침수로 인해 해마다 위협받고 있어 원형대로의 유지 보전이 긴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오는 4월 고고학 전문가를 한국에 파견, 현지 조사를 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곳 유네스코 본부에는 석굴암에 관한 자료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심지어 방대한 자료실에는 사진 한 장도 없어 파키스탄 정부와는 달리 한국의 문화재 보호에 대한 소극성을 느낄 수 있다.
유네스코의 한 관계자는 『한국 석굴암에 관한 자료도 없으면서 어떻게 보호되어야할 세계 문화재로 선정했는가』라는 본 특파원의 물음에 대해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라 문명을 알고 있으며 얼마 되지 않지만 이미 1960년대 초기에 약간의 원조로 이탈리아의 고고학 권위자를 한국에 파견한 바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아스완댐 건설로 인한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 문화재 보호에 획기적 공헌을 했고 현재 침수되어 가는 베니스 시의 보호를 진행 중이며 또 작년에는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지를 보호키 위해 1백만 달러 모금에 성공한 동본부에 한국도 자료 제공과 아울러 원형 보존을 위한 기술 및 자금 원조를 필요하다면 요청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공인된 우리의 석굴암을 영구토록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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