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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의 흡수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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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예금 금리의 6개월 시한부 인상은 인플레 만연 아래서의 응급금융 캠퍼 주사라 볼 수 있다.
장기 보다 단기예금 인상폭이 큰 것이나 대출금리를 손대지 않은 것, 또 연16%의 소액 특별 가계예금을 신설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도도한 인플레의 물결을 막기 위하여 응급금융 조처가 동원된 것이다.
물가안정을 기하기 위한 총수요 억제책의 일환으로 금리의 시한부 인상에 의한 유동자금의 은행흡수를 늘린 것이다.
최근의 인플레는 코스트·푸쉬에 초과 수요압력이 겹침으로써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코스트·푸쉬는 석유가 폭등 등 해외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적절한 대응 수단이 없다. 따라서 충분조건은 못 되지만 인플레 진정의 필요 조건으로서 유동성의 은행 예금화를 통한 초과 수요 압력의 완화가 시급하다. 그러나 현 금리수준으로 예금 증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발표 상으로도 도매물가가 연간 15.1%씩이나 오르는데 연 12.6%의 금리로 정기예금을 하라는 정책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작년 한햇동안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량이 44.2%나 증가되었다.
이 과잉 유동성이 은행으로 압류되어 산업자금으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상품투기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다. 은행 예금보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기성 자금의 흡수를 위하여 작년 말 단기 저축성 예금에 대한 시한부 금리인상 조처를 취한바 있다.
이 조처에 의해 서울서 만약 3백억원의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정부는 여기에 자신을 얻은 것 같다.
금년에도 유동성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아무리 제한적 금융정책을 쓴다 해도 수출 증가와 식량 증산·중화학개발 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돈을 풀지 않을 수 없다. 이 풀려나간 돈이 투기부문으로 몰리지 않도록 이미 금년 초 선별금융의 완화 조처를 취한바 있고 이번 다시 단기예금 금리를 특히 많이 올린 것이다.
대출금리를 못 올린 것은 기업 측의 압력이 강한데다 금융기조가 대출억제로 인한 생산면의 압박을 아직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자금의 흐름을 바꾸려는 제한적인 의도다. 따라서 자금 수요 면에서 근본적인 억제를 꾀하는 선진국의 고금리 정책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 금리정책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번 금리조정을 통해 유일하게 인상된 대출금리는 수출 금융이다. 재무부는 수출금융의 금리를 연 7%에서 9%로 올리고 한은 전액 재할에서 80% 재할로 바꾸는 등 질적·양적 규제를 병행키로 했다.
이제까진 수출 지상주의에 의해 수출 금융만은 성역이었다. 73년 중 단기 수출지원으로 1천 8백 46억원이 나갔다. 72년의 2백 66억원에 비해 4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수출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수출금융의 양적 확대는 자금의 수출부문 편중을 초래한다. 때문에 재무부는 상공부와 무역 업계의 상당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억제 조처를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수출금융 억제로 인한 수출업계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수출용 원자재의 담보 적립액을 완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이번 대출금리는 손대지 않고 예금금리만 올림으로써 은행의 수지는 큰 압박을 받는다. 어느 정도로 받느냐는 앞으로의 예금 증가추세에 달려 있지만 이 수지압박을 완화해 주기 위하여 한은이 기분부리 방법에 의해 수지포진을 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 의 돈으로 은행 예금을 사기로 한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 조처가 예금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아직 두고 봐야겠다. 그러나 요즘 물가 추세로선 실질금리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기성 자금을 단기적으로 잡아두는덴 어느 정도 요인이 될지 모르나 그것으로 안정 기조를 정착화 시킬 수가 없다. 캡퍼 주사적 효과밖에 없는 것이다.
예금증가의 바탕은 어디까지나 물가안정이다.
정부의 물가안정책이 전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안정 전망이 모두에 공감될 때 비로소 예금증가와 자금의 생산적인 흐름에 의한 안정기반의 정착화가 가능한 것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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