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화 기계화 위한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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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년 동안 끌어오던 새 농지법 제정이 매듭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농지법 제정에 있어서 그 동안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농지 소유상한제.
즉 상한선을 ①현행 3정보를 인상하자는 안과 ②전면 철폐하자는 안 ③현행 3정보를 계속 유지하자는 안 등 3가지 주장이 팽팽히 맞서 지난 68년 처음으로 농지법안이 성안된 이후 엎치락뒤치락하여 원점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
상한선 전면 철폐주장은 농업의 기계화와 영농에 대한 증산효과를 촉진할 수 있고 특히 자산경제 체제하에서 농업에 한해서만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전면 철폐를 반대하는 의견은 현재의 농촌사회 여건, 소작농 재현 우려, 농지 집중화에 다른 이농 및 비 농업 부문에의 취업기회 미비 등을 문젯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우리 나라와 농지 규모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상한선은 시·현장이 지역사정에 비추어 결정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상한선이 없으며 일본은 지난 69년까지 3정보로 제한했던 것을 70년부터 완전 철폐한 대신 농지의 영세화를 막기 위해 하한선(5정보) 제도를 두고 있다.
농수산부가 이번에 농지소유 상한선을 20∼30정보로 대폭 완화키로 결정한 것은 이 같은 각계 의견을 종합, 무제한 소유를 불허하는 한편 기계화 영농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 주목적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기계화 영농은 상업적 영농 지향의 농업정책 기본방향 및 지난 10여년 동안의 농업구조 변화 등을 고려, 불가피하게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70년 말 현재 농가인구는 전체의 45.8%로 10년 동안 11.2%나 줄었으며 앞으로 80년대에는 현재의 일본(25%)과 거의 맞먹는 30%선까지 감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농가인구 감소 추세는 기계화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기계화 영농의 적정규모는 경운기가 대당 10정보, 「트랙터」는 30정보인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따라서 농지 소유 규모도 경운기·「트랙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20∼30정보가 적정선이라는 것.
한편 농지소유 상한선을 이렇듯 대폭 완화하게 되면 농지의 집중화 현상도 크게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지의 집중화 현상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 지난 10년 동안 ▲0.1∼0·5정보 소유의 소농은 6.7% ▲0.5∼1정보의 소농은 1.5%가 각각 줄어 든 반면 ▲1∼2정보의 중농은 12% ▲2∼3정보의 대농은 32%나 각각 늘어났다.
새 농지법에서는 농지 소유 상한제 대폭완화와 함께 기업농 육성을 위해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을 촉진키로 함으로써 앞으로의 농지의 집중화 현상은 지난 10년간의「템포」를 훨씬 앞지를 것이 명백하므로 농지 집중화→농가 인구 감소에 대비한 농기계 공급이 부진하고 또 기업농의 수익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새 농지법은 농촌 질서를 혼란시키는 새 불씨가 될 우려도 있다.
즉 그 동안의 이농과 노동력 감퇴 현상 등으로 지금도 농번기에는 농촌일손이 부족한데 반해 경운기 보급 실적은 73년 말 현재 3만7천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경운기 보급촉진을 위해 융자 비율을 지금까지의 50%에서 70%로 인상했으나 현재 공급가격 자체가 비싼데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라 다시 공급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여 공급확대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또 농업 기계화의 전제조건인 농지 기반조성도 미흡한 상태에 있다.
경운기 활용이 가능한 농지면적은 73년 말 현재 약60만 정보로 전 농지의 26%, 이 가운데「트랙터」이용 가능 면적은 10%인 23만 정보에 지나지 않고 있다.
한편 새 농지법은 기업농 육성에 역점을 둔다는 것이나 현재의 농산물 가격 정책으로는 기계농이 채산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합 물가 대책에 눌려 이미 고곡가 정책이 후퇴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 농산물 가격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주요 국내 농산물 가격은 수년전과는 달리 국제 가격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쌀값은 국제가격(t당 7백30불선)의 50%선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농지의 집중화 현상에 따른 농가 인구 감소→노동 생산성 제고→농가 소득 증대의 실현은 농업 정책 측면에서 합리적으로는 소망스러운 것이나 농토를 잃게될 유휴지 농민들의 노동력에 대한 대책이 배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행 농지소유 상선을 계속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따라서 비농업 부문에의 취업보장, 농촌 임금 노동자의 숙련 문제 등이 함께 해결돼야 할 과제가 되고있다. 또 상한선의 대폭 완화는 임대 경작을 인정하게 되므로 임대 경작자가 사실상의 소작농으로 전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농지소유 자격·임대율·임대 조건 등이 엄격히 규제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여건은 바로 농업의 기업화·기계화에 앞서 선결돼야 할 일들이다.<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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