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값의 인상통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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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국민 모두가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원유값 인상의 테두리가 대체로 알려지고 있어 불원간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걸프」가 FOB기준 「배럴」당 9·5「달러」로 인상 통고한 뒤를 이어 「칼텍스」「유니언·오일」도 8·5∼8·8「달러」로 통고해 왔다하므로 형식이야 어떻든 일단 석유3사의 의사는 밝혀진 셈이다. 이들 석유3사의 의사는 정부와의 흥정을 예상해서 덤까지 붙인 것이므로 정부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상당히 조정될 여지가 있으리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값 절충에 있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에게 보다 유리한 방법이냐를 빨리 결정해서 가격 조정을 매듭지어버리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우선 원유가격 협상에서 산유국 수입이나 운임에 대해서는 석유3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면, 협상의 핵심은 석유자본의 이윤 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유질의 차이에 따라서 값이 다른 것이므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칼텍스」와 「유니언·오일」은 「배럴」당 1·2 「달러」의 이윤 폭을 계상했다하므로 「걸프」는 그보다 큰 폭을 통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석유3사의 이윤 폭은 「아랍」산유국들이 주장하는 「배럴」당 50「센트」보다 2∼3배나 되는 것이다.
원유 값이 절대적으로 싼 경우라면 이윤 폭이 커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나, 이제 유류 가격이 엄청난 경제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조차 비용 분담을 하지 않고 우리에게 모든 부담을 석유 3사가 강요하는 것은 납득한 수 없다. 그러므로 석유 3사는 이윤 폭을 스스로 자제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서로 돕는 우호적인 입장에서 가격 조정에 임해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한편 원유가격 협상과 석유류 국내 판매 가격조정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정부는 석유3사를 설득해서 협상을 오래 끌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를 기대한다. 협상이 오래 끌어 국내판매 가격 결정에 지나친 시간적 지체가 생기면 그것을 보상해주어야 하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불과 수개월간의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해서 가격 인상폭을 더 늘려주었던 그동안의 경험이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러한 방식의 손실 보상은 지속적인 손실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가격조정이 부득이 늦어져서 국내 판매 가격조정이 늦어진다면 조정시차 때문에 발생할 정유회사의 손실을 일시금으로 보상해주어야 할 것이지 가격 인상폭에 덤을 주는 방식은 되풀이하지 않기를 강조한다.
끝으로 원유가격의 테두리가 대체로 드러낸 이상 일단 이를 기준으로 정부는 외환 및 물가 저력을 계산해서 정책 조정의 테두리를 잡아야할 것이다. 어차피 유류 가격의 형??파가 구체화 되야 여러 가지 예기치 못했던 일이 야기될 것이므로 정책당국으로서는 예상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사태를 계산해도 미흡한 점이 있을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정책당국의 예상보다 유류 가격 조정의 충격이 월등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그 충격을 상살 시키기 위한 안정화정책도 그만큼 폭이 깊고 넓어야 할 것이다. 상반기에 보다 강력한 총수요 억제책을 집행하고 사태변화에 따라서 필요하면 다시 이를 완화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성장도 추구하고 안정도 추구한다는 방식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태도임을 깊이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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