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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해 첫날 귀성객으로 붐비던 동대구역일대 주민들은 느닷없이 「카빈」과 권총을 휘두르며 나타난 한 탈영병의 난동으로 22시간을 공포에 떨었다. l백40발의 총탄 난사 끝에 2명의인명희생까지 낸 광란극 뒤에도 살인·유괴 등 끔찍스런 사건들은 전국적으로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 집계에 의하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의 첫1주일 동안에 벌써 전국적으로는 살인7건, 강도15건, 강간2건 등 모두 24건의 강력범이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9일자 본지 사회면을 보더라도, 지난 8일 하룻 사이에 서울시내에서 어린이 유괴 사건, 2인조 복면강도사건, 「택시」강도 미수사건 등이 또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강력 사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은 하나의 상례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올해 정초에 꼬리를 물고있는 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크게 우려되는 것은 그 범인의 대부분이 20내 내지는 특히 10대의 청소년이라는 사실이다.
62년 이후 10년 동안에 소년범죄의「성장율」을 보면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흉악범은 3배, 폭행·상해·협박·공갈 등 조포 범은 4배로 늘어났다는 통계조차 있다.
더우기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처럼 갈수록 흉악화하는 끔찍한 범행의 「수법」과 그에 비해서는 너무나 어이없을 이만큼 하찮은 것이 범행의 「동기」가 되고있다는 사실사이의 불균형이다. 사람을 축이고 강도질을 하게 된 동기가 고작해야 『용돈마련을 위해서』 『한바탕 하고싶어서』 『울적해서』등등으로 별로 심각한 죄의식을 느낌도 없이 저질러 지고있다는 것은 도도한 인명경친 풍조와 물질주의에 치우친 요즘 세태의 반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시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비좁은 지역에 이질적인 인구가 집중하고 대중부달 수단의 발달로 욕망의 수준은 높아진데다가 일부층의 절제 잃은 사치·형악 성향이 연말·연시에 더욱 극성스러워진다는 것이 신정초를 전후한 범죄사건 유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따라서 청소년 범죄발생의 청임의 태반은 이들 기성사회가 져야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물리적인 가치만이 최종적인 발언권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회통념이 문제다. 어린이에게나 어른들에게 있어서나 정신적인 가치가 설득력을 갖도록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람의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인간존중의 사회교육이 철저화 되어야겠다.
그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금방 젖어들기 쉬운 사회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기성세대, 특히 사회의 상층에 있는 사람들의 절제와 자중이 긴요하다. 계층간의 격차를 더우기나 돋보이게 하는 외향적 사치와 형악의 풍조는 삼가야될 것이다.
경찰의 책임도 크다. 범행을 저질러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미필사건의 누적은 『잡히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경찰에 대한 불신감을 낳게 하고 있다. 경찰의 무능이 법인을 고무하는 결과가 돼서는 안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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