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2불의 원유와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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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랍」산 원유의 공시가격이「배럴」당 11.651「달러」로 1백28%나 다시 인상됨으로써 세계경제는 새로운 구조변화를 불가피하게 겪게 되었다.
「배럴」당 3「달러」에도 미달하던 원유「코스트」를 전제로 하여 형성되어 온 세계경제구조는 이제 고「에너지·코스트」를 받아들여야 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서 세계경제는 커다란 구조변화를 일으킬 것이 확실해졌다.
우선 세계경제구조를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미국·EC, 그리고 일본간의 관계가 유류공급 제한과 가격인상으로 변질할 수밖에 없게 됐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에는 EC와 일본경제가 상대적 저임금과 고도의 성장력을 배경으로 하여 미국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국제통화 파동이 일어났던 것이나, 이제는 유류「코스트」의 충격 때문에 그 역과정이 불가피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에너지」자급율이 거의 영에 가까운 EC와 일본은 그 자급율이 높은 미국과는 판이한 입장에 있으며 때문에 거듭되는「아랍」원유가격의 파격적인 인상은 EC와 일본의 대미경쟁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줌으로써 다시 대미의존경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세계경제는 만성적인 유동성 과잉상태에서 반전되어 유동성 부족상태로 발전될 공산이 짙어졌다.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한다면 EC 및 일본의 국제수지는 앞으로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필연적으로 EC제국 및 일본의 통화는 가치저락 과정에 접어드는 한편, 「달러」는 계속 강화될 것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내년도에는 또 다른 성격의 국제통화파동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EC제국의 영향 및 일본의「엥」화는 평가절하과정을 거듭해 갈 것이며 그 때문에 국제통화질서의 회복은 물론 국제무역질서의 조속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우기 원유가격의 계속적인 인상으로 급속히 축적될 「아랍」제국의 보유외환이 무기화 되는 경우 국제통화질서는 매우 불안해 질 것이며 이점을 고려한다면 국제통화불안 및 무역질서의 교란문제는 우리로서도 매우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국제경제구조가 이처럼 유류파동으로 재편성과정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여파로 통화파동과 국제유동성 부족현상이 불가피하다면 세계경제는 당분간 실물 면의 정체화 과정과 가격 면의「인플레」의 가속이라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며, 때문에 새로운 고금리시대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우리는 세계경제가 원유가격「쇼크」로 크게 개편될 수밖에 없는 전환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가를 시급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산업정책은 안가한「에너지」시대에 이룩한 성장전례를「모델」로 해서 고「에너지」소비형, 고자원 소비형을 추구했던 것이므로 이제 그 전제가 완전히 무너진 이상 당연히 재조정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의 계속적인 호황을 전제로 해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추구해 왔고, 그럼으로써 보다 많은 차관도입과 고율 투자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상황은 이제 일반적인「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으므로 종래의 정책기조도 당연히 재조정되어야 마땅하다.
끝으로 우리는 그동안 전적으로「아랍」석유에 의존해 온만큼 이번 원유가격의 인상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우리의 대외경쟁력·외환수급, 그리고 국내물가 등 측면에서 철저히 분석하여 정책조정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랍」석유가격 인상의 충격파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본경제의 경우보다도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차제에 대세에 부합하도록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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