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야구 하기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올해 고교야구 인기와 함께 제가「스타덤」에 올랐다고 주위에서 말씀해 주시니 얼떨떨한 기분이며 부끄럽고 짐이 무거움을 느낍니다.』임신근-황규봉 이래 한국야구가 낳은 강속구 투수로 올해「클로스업」이 된 하기룡은「마운드」에서의 늠름한 투구에 비해 여성적인 겸손이 앞섰다.
아직 솜털이 미처 가시지 않은 19세. 배재고 졸업을 앞두고 입행이 확정된 상은에서 우선 은행원으로서 연수수업을 받기 위해 막막한 의자와 씨름하며 동면하고있다.
하기룡은 옥이 진흙 속에 묻혀 있었다고나 할까, 다른 선수와는 달리 너무나 늦게「팬」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흙 속을 털고 나온 옥의 빛은 너무나 눈부시었다.
하기룡은 올해 씨 뿌리며 열매까지 거둬들였다 할 수 있다.
신장 175㎝, 체중 67㎏으로 투수로서는 대형이라 할 수 없었지만 내뿜는 강속구는 타자에 전율을 안겨줬다.
하기룡이 금년 첫선을 보인 것은 청룡기대회 광주상고와의 1회전 때. 6회에「릴리프」로 등판, 강속구에다 대회 제1호「흠·런」까지 날려 경악을 주더니 그의 모습은 한때 잠적되고 말았다. 고교 1년째 부산고에서 전학한 것이 학적문제로 자격시비가 일어나고 만 것이다.
『가장 괴로왔던 때입니다.「마운드」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그러나 기회는 또 다시 온다는 신념을 선배와 동료들이 넣어줬지요. 저는 어둠이 깔릴 때까지 미친 듯이 공에다 울분을 풀었습니다.』
자격시비가 끝난 하기룡은 봉황기준우승. 우수고교준우승 등 배재고를 일약 최강으로 끌어올렸고 한·일 고교야구대회 때는 일본「프로」구단에서 1억「엥」으로 침을 흘린다는 괴물투수「에가와」와 대결하여 승리, 한국의「에가와」라고까지 격찬을 받았다.
그는 전신을 이용한「스피드」와 체중을 팔에 실리는 전력투구를 하는 본격파 투수로 현재보다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를 걸게 하는 선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