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우는 천재 중학 진학 앞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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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웃에 사는 소년 창복군(12)이 너무 가여워 이 글을 올립니다.
먼 동네를 찾아다니며 일용품 장사를 하던 아버지가 2개월 전에 병상에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목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얼맛 동안 입원치료를 받다가 쪼들리는 살림에 의사의 만류도 뿌리치고 억지로 퇴원했읍니다.
그날그날 살아가던 형편에서도 얼마 안되지만 마련해 놓았던 장사 밑천이 몽땅 날아가 버렸습니다. 게다가 빚까지 짊어지게 돼 허덕이던 차에 열흘 전쯤에는 그의 어머니도 함께 드러눕게 됐읍니다.
온갖 신경을 써가며 병간호와 과로에 넘어진 것입니다. 창복군 3형제는 친척도 일가도 별로 없는 이곳에서 병상에서 신음하는 부모 옆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울음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창복군은 누구에게 특별히 배운 일도 없는데 주산실력이 2급입니다.
전교에서도 1, 2등을 다투는 이 소년도 다른 어린이들과 함께 중학교 입학원서를 내놓았읍니다.
외람되게도 이웃인 제가 호소하오니 이 3형제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쳐 주셨으면 우리 마을의 경사겠습니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 청복l동 1반·김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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