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전율…『악몽의 34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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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18일AP합동】「아랍·게릴라」들이 납치한 서독「루프트한자」항공사 소속「보이」737여객기에 인질로 잡혀 있다가 18일 석방된「프랑스」출신의「스튜어디스」「글로드·포엥사르」양(22)은 납치 34시간을 돌이키면서『악몽』이었다고 말했다.
「포엥사르」양은 이날「쿠웨이트」공항에서 석방된 후 전화「인터뷰」에서 납치상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가 기내로 들어가자 다른「스튜어디스」가 뒤따라 뛰어오며「총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우리는 문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수라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비행기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러나 벌써 때는 늦었다.
6명의「이탈리아」인과「루프트한자」항공사 여자직원 1명이 밀려 들어왔다. 「이탈리아」인중 1명은 팔에 부상하고 있었다. 그들 뒤로 부상한 1명을 포함하여 5명의「게릴라」들이 기관총을 휘두르며 들어왔다.「게릴라」들은 곧 우리들에게 앉으라고 하고 그들 중 2명이 기장에게 이륙할 것을 명령했다.
그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우리들에게 부상한「이탈리아」인과 역시 부상한 그의 부하를 치료해 주라고 명령했다.
그 동안은 별일이 없었다. 그러나「아테네」공항에 착륙한 뒤부터 악몽은 시작되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우리들의 눈앞에서「이탈리아」인 인질 한 명을 사살한 뒤 시체를 반쯤 열려진 창을 통해 밖으로 내던졌다. 그후 그들은 한사람씩 데리고 나간 뒤 쏘아 죽였다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그들은 인질을 죽인 것이 아니라, 인질을 끌고 나가 허공에다 대고 발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부조종사도 조종실에서 끌고 나와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그 뒤「쿠웨이트」공항 도착 상황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공항활주로에는 별의별 장애물이 설치돼 있었다. 안개도 심했다. 기장은 미친 사람 같았다. 모두들 공포에 질렸다. 우리는 그들이 비행기를 폭파시키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포엥사르」양은 또한 그들이 영어를 몇 자 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들과 말을 주고받기가 어려웠다고 하면서 그녀가 이제부터 할 일은 일단「프랑크푸르트」로 가서「스튜어디스」란 직업을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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