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외마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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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약사회는 한외마약 제제인 이른바 『마시는 감기약』의 대중광고를 일체 중지시켜 줄 것을 건의, 보사부도 즉일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것은 그 주성분인 「코데인」때문에 계속 복용하면 습관성을 초래하고, 신장장애·중추신경억제·피부발진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시는 감기약은 현재 25개사에서 51개품목이나 나오고 있으며「매스컴」을 통한 광고 때문에 자칫 만병통치약으로 오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마시는 감기약의 일시적인 진해·진통효과는 「코데인」 또는 「디히드로·코데인」성분 때문이다. 「코데인」과 「디히드로·코데인」은 그 자체가 아편·「모르핀」·「헤로인」과 같이 결국은 습관성을 일으키기 쉬운 성질을 가진 약품이다. 이들 역시 마약의 작용과 같이 그 효능에 있어서는 중추신경을 마비시킴으로써 일시적인 진통효과를 나타내므로 시민들이 감기의 특효약인 것처럼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외마약이라고 하더라도 1일 허용양은 60㎎정도이므로 10㎎들이 약을 6병 이상 마시면 자연히 중독현상을 나타낼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요즘 시정에서는 이들 마시는 감기약의 연용자가 늘어나 하루에도 20병이나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또 과량 장기복용자중에는 「노이로제」환자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노이로제」환자들은 「코데인」과 「카페인」이 들어있는 액체 감기약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에 연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한외마약의 남용으로인 한 부작용이 어느 만큼 심각한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품에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외국의 연구결과가 이미 밝혀주고 있는 것이며 또 병과 포장지에 주의문까지 곁들이고 있는 것만 봐도 처음부터 예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서는 한외마약제품의 대중광고 때문에 복용자들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줄 알고 많이 마시고 있는 것이라 해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한해동안만 해도 한외마약제품이 27억원어치나 판매되어 마약소비량과 맞먹고 있다는 것이니 그 심각한 영향을 능히 추측할만하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보사부는 이 한외마약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만큼이나 심각한 것인가 그 진상을 조속히 공개해야할 것이며, 우선 당장은 약사회의 건의와 같이 한외마약의 일반광고를 금지한 조처는 적절한 것이다.
「피린」계 감기약의 부작용이 드러나 판매 중지된 것도 과히 오래된 일은 아니다. 보사부로서는 먼저 이들 한외마약제품의 성분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계몽하여 지금부터라도 이 복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약사회측이 마시는 감기약을 강장「드링크」처럼 생각하여 과용하는 위험을 지적하고있는 정도라면 보사부는 늦기 전에 그 예방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엄격한 의미에서는 감기약이라는 것은 없다. 감기라는 병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하여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정확한 투약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화학성분을 섞어 상호간의 길항작용이나 부작용 등을 등한시한 채 일시적인 진통제와 각성제를 만들어 팔고 있음은 한심스러운 일이다.
보사부상국은 과거에 유행했던 「헤로인」처럼 그 중독자가 늘기 전에 적절한 예방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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