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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문예중흥 계획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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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지난 10월19일 총 규모2백50억원 규모의「제1차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2년반에 걸친 작업 끝에 문공부가 성안, 문화예술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제1차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은 74년부터 78년까지의 5년간 정부의 문화예술시책은 총괄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그 바탕 위에 새로운 민족문화를 창조하여 문화중흥을 이룩하는데 그 기조를 두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기조아래 올바른 민족사관의 정립, 새로운 민족예술의 창조, 예술의 생활화를 통한 국민문학수준의 향상, 국제교류의 적극화를 통한 국위선양등이 계획의 목표로 세워졌다.
이 계획기간 중에 문예중흥의 기반을 구축하고 ①문화예술전반에 걸친 철저한 기초 조사로 민족문화의 체계를 정립하며 ②민족의 위대성을 선양하는 예술창작을 중점 지원하며 ③대중문화를 정화시켜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같은「문예중흥 5개년 계획」은 정부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장기계획으로서 입안한 첫 번째 계획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큰 것이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비롯해 수출증대계획, 산림녹화계획, 식량증산계획 등 경제분야의 장기계획에 관해서 자주 들어온 국민들에겐 이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은 상당히 낯선 것이었다.
경제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목표가 오로지 물량적 축적이나 경제일변도의 시책을 강조하는 나머지 정신개발과 문화예술의 발전과 같은 과제는 외면되는 감이 있었다.
기껏 문화예술을 논하게 되는 것은 문화재 보호와 옛 문화유산의 발굴사업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조상의 얼을 찾아 이를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문화한국의 내일을 밝힌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고분발굴을 비롯한 문화재의 과대전시정책은 일면 경제 제1주의에 편승한 전시효과위주의 시정 반영으로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만큼「문예중흥 5개년 계획」은 문화예술의 개화, 민족의 문화유산 보전과 국민정신생활의 풍요화를 위한 정부의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기대도 낳았다.
그러나 계획의 부문별투자규모, 즉 전통문학개발사업에 60%인 1백50억원, 예술진흥에 24%인 60억원, 대중문화창달에 16%인 40억원 배정은 현재의 발전보다는 과거문화의 보전에 치중한 점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물론 1차 5개년 계획이 장래의 발전을 위한 기초를 다진다는 작업의 시발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 같은 과거지향성은 일면 수긍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떻든 이 계획은 정부예산 1백77억원과 민간투자 73억원으로 짜였으며 이중 정부예산은『정부예산을 증액함이 없이 이미 책정된 문화예술분야의 사업을 5개년 계획의 목표에 따라 중점적으로 재조정하여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계획」은 이같이 현 년도의 예산을 상회하지 않는 범위에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사업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감을 준다.
더구나 민간자금 중 문화예술분야의 창작·연구지원을 위해 쓰일 39억원은「문화예술진흥기금」의 적립을 통해 충당될 것이기 때문에 공연장 입장료에 첨가되는 모금에 대한「계획」의 의존도는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문예중흥 5개년 계획」의 추진을 위해 지난 10월26일 문화의 날을 맞아 국립극장에서 열린 전국문화예술인대회는「문예중흥선언」을 채택했으며 이 사업의 추진체가 될 문화예술진흥원이 3월30일 발족했다. 그밖에 지원심사위원회, 고전국역위원회, 번역위원회, 문화예술자료「센터」등의 보조기구가 75년 중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국민의 정신문화를 충실하게 하고 정부의 기대처럼 한국의「르네상스」를 기약하는 의욕적인 겉치레가 있지만 예산상의 반영과 함께 국민의 마음의 협조와 문화풍토의 개선이 가장 선결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문예중흥선언」이『표현의 자유와 문화의 자주성을 함께 누리며』를 얘기한 것은 문화발전의 가장 기본적 요건이 자유로운 문화풍토의 조성임을 밝히는 것으로서 이것이 바로「문예중흥계획」의 성패의 열쇠가 된다고 할 수도 있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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