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과 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양파 염소의 재판』-현대판「이솝」우화 같다. 「아랍」산유국은 최근 세계의 석유 소비국을 「양」과 「염소」로 양분하고 있다. 양으로 판정 받은 나라는 석유의 공급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염소의 처지가 된 나라는 차갑게 석유가 끊어지고 만다.
「양」과「염소」로 구분되는 근거는 중동분쟁과 관련되어 있다. 「아랍」을 지원한 나라는 양(sheep), 「이스라엘」을 지원한 나라는 염소(goat).
「아랍」의 산유국들이 이처럼 석유를 정치의 무기로 휘두르는 것은 석유의 생산량 때문이다.
1971년의 통계에 따르면 이른바 OPEC(「아랍」의 석유수출국기구)에 참가한 11개국의 원유 생산은 약2천5백만BD이다. 그것은 세계적인 비율로 보면 62%에 해당한다. 미국을 제외한 자유세계에서 차지하는 몫은 무려85%.
더구나 원유의 매장량으로 보면 그들의 지위는 거의 절대적이다. 그들은 3천6백74억「배렬」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의67%, 자유세계의 80%를 지배하는 비율이다. OPEC제국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23%,「쿠웨이트」가 10.4%.
그러나 석유의 확인 매장량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함께 수시로 바뀌고 있다. 세계의 석유 매장량은 1950년도엔 불과 1백28억t이었는데, 70년에는 그 7배에 가까운 8백25억t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 현재의 25%에 불과한 지하의 원유 회수율이 해마다 개선되어 상승한다면 이른바 가채 매장량은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이 지상엔 석유가 몇 년 분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비관론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그 채굴 비용에 있다.
미국은 현재 보유 유전을 전부 가동하지 않고 있다. 남부의 「루이지애나」나「택사스」의 경우, 40% 밖에는 석유를 파내고 있지 않다. 그것은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통설에는 35배나 그 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또 그 생산성도 엄청나게 높다. 「폐르샤」만의 석유는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1백내지 1백50배의 생산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동 석유값의 인상은 미국이 국내의 석유를 채굴하는 비용에 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닉슨」의 「에너지」정책이 강경한 것은 믿는 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의 석유 독점 자본가들은 극동에 대한 유전개발에 열의를 갖고 있다. 70년∼85년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석유 투자는 6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도 유전이 발견된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질 것이다. 하늘은 우리에게 과연 그런 복을 내려 줄지 모르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