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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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무역의존도가 60%수준으로 높아진 우리의 실정으로 보아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주시하고, 분석 평가하는 태세를 갖추어야 하겠다.
그 동안 주요 선진국의 경기예측 결과에 따르면 GNP 성장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폭 떨어질 것이나 「인플레」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러한 전망 자체가 민간의 투자활동을 저해하여 경기후퇴를 자극하는 한편, 이에 대응해서 경기완화책을 집행케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 9윌 이래 몇 차례 금리를 인하 조정한 것도 경기예측의 반사작용이라 하겠으며, 세계시장에서 유러 달러의 금리가 고개를 숙인 것도 같은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중동전을 계기로 한 아랍제국의 석유무기화가 예상 밖의 파장을 그리면서 현실화됨에 따라서 경기 예측을 새로 해야할 단계에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석유 공급의 감축이 언제 어떤 형태로 풀릴 것이냐에 따라서 예측결과가 달라질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차피 불확정적 지수를 토대로 한 가정법에 의거한 예측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74년 3월에 석유공급문제가 해결된다는 가정 하에서도 74년의 GNP 성장률이제로가 될 것이란 매우 비관적인 시안이 나오고 있다.
또 그 해결시기가 좀 더 늦어지면 일본의 GNP는 74년에 「마이너스」 5·5%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석유문제가 주요 선진국의 불경기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이처럼, 석유문제가 불경기와 직결되는 이유는 「에너지」소비의 증가율과 산업생산의 신장률이 대체로 같다는 사실, 즉 산업생산의 「에너지」소비 탄력성이 1에 가깝다는 경제치 때문이다. 따라서 석유문제가 재기되기 전에도 GNP 성장률의 하강을 예측한 것이라면 석유문제가 그 하강도를 심화시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석유문제 때문에 경기 후퇴의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면 될수록 주요 국들이 그에 대처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도 당연히 예상된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확대 수반하지 않고는 경기 확대책을 집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요선진국이 종래의 경기정책을 집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에너지」 문제가 없다면 금리인하와 금융확대·재정지출 확대 등 조치로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그에 따라서 투자가 확대되어 경기가 단 시일 안에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나, 이제 그러한 정책을 집행하면 에너지 파동은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오늘의 국제경제는 범세계적인 질서라 할 통화 및 통상질서를 재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수지변동에 대한 완충력이 약화되어 대담한 경기정책을 집행할 수 없는 제약을 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주요 원자재에 대한 불측의 투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인플레」 압력이 지속되고있다는 일반적 상황 등으로 비추어 보아 GNP 성장률의 대폭적인 둔화를 예측해도 적극적인 경기정책은 집행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오늘의 세계경제는 IMF·GATT 일반적 질서의 실질적인 붕괴 때문에 상호지원 「메커니즘」을 상실하고 있으며, 때문에 약간의 사태 변화에도 과격한 보호조치가 나오게 되어 파동요인으로 학대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영국이 국제수지적자를 이유로 과격한 금리인상 조치를 한데 이어서 곧 석유문제를 구실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나, 미국이 이중가격제를 일방적으로 폐기하여 금가를 폭락시킨 것, 그리고 일본이 엔화의 실질적인 대폭절하를 단행한 배경도 세계경제서의 붕괴라는 각도에서 평가되어야한다.
요컨대, 세계경기가 실물경기에서 후퇴하는 반면, 인플레는 계속 된다는 방향만은 확실하지만 기본질서의 교란에서 오는 불측의 요인이 더 큰 것이므로 우리는 사태 발전을 면밀히 추적하여 우리의 입장에서 그것을 평가 대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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