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짝사랑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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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여의도「아파트」1동 86호 심재엽씨(27)의 부인 김지연씨(25)는 일방적으로 짝사랑해 은 오영춘씨(30)의 칼에 찔려 무참히 변을 망했다.
김씨는 서울대 모 교수의 맏딸로 경기여중·고를 거쳐 70년 2월 이대 가정대를 졸업했으며 재학중 식품영양학과「퀸」으로 뽑힌 미모.
병원으로 달려온 아버지 김 교수는『품행이 단정한 내 딸이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정부 김길순양(15)에 따르면 이날 초인종을 울려 현관문을 열자 오씨가 불쑥 들어와 마침 안방에서 나오던 김씨를 방안으로 밀어 넣어 침대에 쓰러뜨리며 칼질을 했다는 것.
김 양은 곧 아래층으로 뛰어가「아파트」경비원 황진하씨(30)를 데리고 왔으나 이미 피투성이가 된 김씨가 칼을 든 오씨의 오른쪽 팔목을 잡고 오씨에게 꼭 껴안긴 채 침대 위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
경찰은 오씨의 주머니에서 2통의 유서를 찾아냈다. 김 교수에게 보내는 유서에는『당신 딸과 함께 죽기로 결심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죽은 김씨는 대학 졸업 직전인 69년 10월1일 서울 모 백화점 구내식당의 영양사로 취직한 뒤 같은 백화점 1층 임대「코너」시계부 종업원 오씨와는 직장동료로 알게 되었다. 김씨는 오씨와 간혹 차를 함께 마시는 등 직장 동료로서 있을 수 있는 의례적인 인간 관계를 가졌으나 오씨는 일방적으로 김씨를 짝사랑, 추근거리며 쫓아 다녔다.
김씨는 오씨 등쌀에 못 이겨 70년 5월22일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겼으나 오씨는 계속 따라다녔으며 70년 가을 자가용차로 김씨를 납치, 고속도로로 수원근처까지 갔다가 자동차가 고장난 사이에 김씨가 도망한 일도 있었다.
김씨 가족들은 오를 경찰에 고발, 서울 청량리 경찰서에 연행되었으나 오씨의 현 오영내씨(37)의 사죄로 용서해 준 일도 있었다는 것.
납치 소동으로 오씨는 직장을 잃고 그 뒤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중매결혼, 4개월 된 아들을 두고있다. 오씨는 작년 12월 김씨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에 여의도「아파트」로 찾아온 일도 있어 남편 심씨가 오씨를 만나 타이르기도 했다. 오씨는 전남 담양읍 모 고교를 졸업,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으며 시계 수리 기술을 익혀 6년 전에 상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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