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문제 「미·소 야합」인상 불식 주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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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번째인 「키신저」의 이번 「북경 방문 계획이 합의된 것은 지난 6월 「브레즈네프」가 미국을 다녀간 직후였다.
이것은 그의 방중 목적이 주로 미·소의 세계 정치 전단에 대한 중공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한 것임을 뜻한다.
이른바 『「키신저」외교』의 핵심은 군사 2극(미·소), 정치 3극(미·소·중공), 경제 5극(미·소·중공·일·EC)을 양성화하되 미국은 세력 균형의 결정권을 쥠으로써 계속 우월한 지도력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키신저」는 정치 3극에서 균형의 결정권을 차지하는 전략으로 「중·소 등거리 외교」를 해왔으며, 따라서 「키신저」의 이번 북경 방문은 어떤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기보다 이 같은 중·소 등거리 원칙의 산물이라고 판단된다.
이점은 「키신저」-주은래 회담에서 재기될 예상 의제들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중동전 문제는 「키신저」의 북경 행이 결정된 다음에 터진 것이므로 이번 방문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중공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나 이해 관계가 미국에 비해 워낙 미미하므로 큰 논쟁거리는 아니다.
양국의 대사 교환문제 역시 중공은 『대만과 손을 끊지 않는 한』완전한 국교 정상화는 할 수 없다고 말해왔고 현재 설치되어 있는 연락사무소가 대사관과 거의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구태여 대만의 비위를 상해가며 대사 교환을 위해 북경까지 갈 이유는 못된다.
「크메르」및 월남문제는 또한 「키신저」의 북경 방문 결정 이전과 이후를 견주어볼 때 큰 변화가 없다고 보면 주요 쟁점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키신저」-주 회담에서 이상의 세 가지 문제 외에 다른 어떤 것이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예컨대 한반도 문제 같은 것은 남·북한 또는 미·중공의 입장이 뚜렷이 갈라져 있으므로 『「헤게모니」를 다투지 않는다』는 상해 「코뮤니케」이상의 합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신저」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의 논의를 통해 미·소가 야합한 적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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