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신년 외유에 작년 남은 예산 편법 사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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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새해 초 해외 각지로 외유(外遊)를 떠나면서 지난해 남은 예산을 끌어다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다 쓰지 못해 남은 예산은 회계상 불용액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회계연도를 넘어 떠나는 외유 경비에 편법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 5명은 미얀마·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법무부 장관을 면담하고 이슬람 법 문화를 탐방한다며 지난 4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출국했다. 소요 경비 3190만원은 올해 예산이 아니라 지난해 법사위에 편성됐다 남은 예산이다. 함께 다녀온 위원은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권성동·김도읍 의원, 민주당 박범계 의원,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과 새누리당 김우남 의원은 4일부터 4박6일간 베트남·라오스 등의 해외 농업기술개발센터를 시찰했다. 지난해 편성된 2800만원 예산 중 절반인 1400만원을 경비로 끌어 썼다.

정무위원회의 새누리당 김재경·강석훈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김기식 의원도 5일부터 12일까지 영국·벨기에·프랑스 등의 금융감독기구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정무위 관계자는 “정확한 여행 경비는 밝힐 수 없지만 지난해 예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의 해외 출장은 연초에 이뤄졌지만 예산 집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뤄졌다. 각 상임위 사무처에서 연말에 개별 국회의원에게 경비를 미리 지급하거나 계약된 여행사에 교통·숙박료를 선불하는 방식이다. 법사위·농해수위·정무위의 해외출장 경비 집행일은 2013년 12월 31일로 돼 있다. 실제 출장은 회계연도를 넘겨 이뤄지지만 돈을 주고받는 장부상으론 ‘연도 내 지출’로 처리됐으므로 예산회계법에 어긋나진 않는다.

국회의원 해외출장 예산(국외여비)은 매년 초 각 상임위나 국회사무처 국제국에서 편성하는데, 남을 경우 불용예산으로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의원들이 연말에 몰아서 해외출장 계획을 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국회 회기 마지막 날까지 예산 처리를 다투다 보니 해외출장 일정이 해를 넘기게 되고 예정된 예산 역시 자동 이월되는 게 관행화된 것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연초에 상임위별로 외국으로 떠나는 국회의원 경비는 100% 지난해 예산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이옥남 실장은 “공무원 사회라면 회계연도를 아슬하게 넘나들며 해외출장 경비를 사용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나.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전형적인 꼼수 외유”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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