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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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류의 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임없이 거듭되고 있다. 생태학자는 공해에 의한 지구의 자멸을 근심한다. 어떤 인류학자는 공해와 도덕적인 파탄에 의해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지난해엔 『성장의 한계』라는 한 보고서가 세계적인 주목을 끌게 했다. 그것은 세계 유수국의 경제학자·과학자·교육자들이 참가한 「로마·클럽」의 공동연구 보고서였다. 이들은 향후 백년 안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는 경종을 올렸었다. 무엇보다도 자원고갈에 의한 참화이다.
최근엔 미국 「포드」재단의 한 연구보고서가 역시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모든 위기론을 집약한 인상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세계는 경제적 평화의 세대가 무너지는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류는 1914년이나, 1929년 같은 고통을 이겨낼 힘이 없다고 한탄했다.
1914년은 세계1차대전이 일어나던 해이다. 제국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유럽」의 무장은 곧 경제질서를 혼란에 빠뜨렸다. 1929년엔 1차대전의 전비부담에서 빚어진 경제공황이 「유럽」을 휩쓸었다. 『세계의 공장』을 자부하던 영국은 금본위를 포기할 정도로 경제적 파탄에 빠져 있었다.
오늘의 세계경제는 그때를 방불케하는 요소가 없지 않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는 거의 몰락한 형편이다. 「달러」의 무력화는 일시에 세계의 경제를 어지럽혔다. 세계무역은 인류의 공존·공영보다는 국가의 「에고이즘」에 더 몰두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백지화 상태는 바로 그런 의미를 함축한다. 그것은 IMF(국제통화기금)와 함께 각국간의 자유로운 무역으로써 국제경제의 번영을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탁상공론이나 다름없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자원의 고갈현장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모든 국가로 하여금 「에고이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공해의 위협, 식량의 부족, 인구증가도 역시 세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은 기술의 개발에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의 진보는 그렇게 아침마다 태양이 떠오르듯 자주 보는 일은 아니다. 시운과 한 인간의 영감에 좌우되는 바가 없지 않다. 기술에 의존한 낙관론엔 한계가 있다.
「맬더스」는 그의 『인구론』에서 『도덕적인 억제』(Moral Restraint)를 주장했었다. 결국 『맹목적인 성장』주의를 지양하고 각국이 도덕적인 억제를 실천하는 것만이 인류의 살 길이다. 그러나 이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오늘의 정치는 『성장』이라는 명분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어딜 보나 인류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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