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했죠" 새마을운동에 반한 OEC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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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익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오른쪽)과 마리오 페치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역개발센터 소장이 9일 외교부에서 ‘한-OECD 약정서’를 교환했다. [뉴시스]

1972년 2월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출포리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금도 이 마을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간척지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던 시절 주민들은 지게와 리어카로 바다를 막아 농토를 가꾸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60년대부터 많은 업자가 수면 매립을 시도했지만 척박한 환경 탓에 포기했던 일을 전문가가 아닌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일궈낸 것이다. 그 원동력은 새마을운동이었다.

 이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14년. 이들의 성공 비결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역 주민들 스스로 환경개선과 농촌개발에 성공한 모범 케이스로 새마을운동을 꼽고 한국 외교부와 함께 1년 6개월 동안 이를 연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원형에서 개발도상국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9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선 ‘한-OECD 협력사업 약정서 교환식’이 열렸다. 마리오 페치니(58) OECD 지역개발센터 소장은 “90년대 중반부터 농촌개발 연구를 해왔는데,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발견하고선 너무 기뻤다”며 “농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 인프라 개발까지 여러 부문에 대한 사업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새마을운동에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농촌 개발 전문가인 페치니 소장은 개인적으로도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이번 약정서 교환식에 직접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40여 년 전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이 썼던 일지나 사업 계획서 등 한글 자료들을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인 컨설턴트까지 고용할 계획이다.

 인터뷰를 위해 따로 만난 자리에서 페치니 소장은 되레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새마을운동의 독특한 방식과 성공 비결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반대되는 요소들이 묘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점이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정책이 중심이지만, 의사결정 구조는 주민이 주도하는 ‘밑에서 위로’ 방식이다. 또 각 마을은 목표 성취를 위해 경쟁하고, 마을 내에서는 강력한 협력이 이뤄지며 지역 전체가 발전한다. 낯설지만 근본적인, 굉장히 흥미로운 조합이다. 대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는 우수한 성과를 낸 마을에는 시상금이나 대통령 하사금 혹은 시멘트 등의 보상이 이뤄지고→이렇게 받은 현물은 다시 마을 개발을 위해 투자되고→수익이 생기면 그중 일부를 다시 새로운 사업의 종잣돈으로 삼는, 인센티브 제도에도 관심을 보였다.

 OECD 개발센터는 이런 요소들을 분석해 내년 9월 개발의제를 논의하는 포스트 2015 유엔 회의에 즈음해 정책 대안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한국은 2011년부터 르완다 등 5개국에서 새마을운동 경험을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진행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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