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세(하)|그 내용과 문제점을 간추린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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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세부담은 그 절대액이나 증가율뿐만 아니라 어떻게 부담이 배분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담세 능력에 따라 적절히 배분되지 못하고 일부 부문에 편증된다면 심각한 과잉부담을 낳는다. 편중된 조세배분은 「빈익빈부익부」현상을 더욱 가속시키고 조세저항을 초래한다.
물론 조세배분은 정책기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세배분형태가 문제>
자본형성에 치중하느냐, 또는 사회복지나 소득재분배에 치중하느냐에 따라 조세배분이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조세부담은 조세의 배분형태에서 가장 실감 있게 나타나는 만큼 담세율이나 조세증가율만으로 담세의 경중을 따지기는 곤란하다.
74년 예산안에 의한 명년 조세부담율은 14·0%이다. 72년의 13·5%, 73년의 13·0%보다는 높지만 70년의 15·4%, 71년의 15·6%보다는 낮다.
일본의 20·0%(70년 기준), 미국이 29·2%, 「스웨덴」의 43·4%, 서독의 34·1%보다는 매우 낮다. 그러나 사회보장이 철저하게 되어 있는 이들 선진국들과 단지 조세부담률의 절대치만을 비교하여 이들 나라보다 한국이 세금부담이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
비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기능의 확대와 더불어 담세율은 계속 높아 가게 마련이다. 그 위에 한국은 막중한 국방비 부담을 지고 있고, 또 명년부터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중화학공업을 본격적으로 개발한다. 이제까지 세입재원의 큰 몫을 차지해 온 차관세인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결국 조세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형성 우대 더 강화>
세금을 대폭 더 거둬들이지 않을 수 없는 여건 아래서의 조세 배분은 어떤가? 우선 자본형성에 주력한다는 종래의 정책기조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자본형성 우대가 더 강화되고 있다. 기업을 주축으로 급속한 자본형성을 도모한다는 정책기조는 작년 8·3조처로 선명히 작렬했지만 그것이 중화학공업의 착수와 더불어 더욱 가속되고 있다.
금년에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세법개정안은 조선·기계·석유화학에 대폭적인 조세감면의 혜택을 줄 것을 골자로 하는 조세감면규제법 개정뿐이다. 재산소득에 비한 근로소득의 중과· 각종 조세감면의 범람 등은 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무부가 73년도 주요업무계획으로 내놓았던 부가가치세의 도입·종합소득세제의 발전·국세기본법의 제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현재 조세징수의 가장 큰 애로는 각종 감면의 성행이다. 조세 중에서도 특히 관세부문이 심하다. 관세는 징수액의 3배 가량이 원천적으로 감면된다.
73년 예산상의 관세징수계획은 6백21억원인데 8월말까지 이미 1천5백억이 감면되었고 연말까진 2천억을 넘을 전망이다. 관세감면은 수출지원과 외국인 투자분이 가장 많은데 수출과 투자 「러쉬」를 이루고 있는 현 경제 추세로 보아 관세감면은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74년 예산안엔 관세징수를 금년보다 35·5%늘어난 8백41억원으로 잡고 있다.

<국내세의 감면 적잖아>
관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지만 내국세의 감면도 적지 않다. 현재 철강·석유화학·「아크릴」 등 업종은 조세가 감면되며 업종에 불구하고 수출업체·외국인투자업체·지방이전업체 등도 상당한 감면의 혜택을 받는다. 금년내 국세감면액은 약7백∼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출업체에 대해 계속 조세감면의 혜택을 준다는 것은 모순같이 생각되지만 수출증진을 지상으로 하는 현 정책기조 아래선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호황업종인 수출업체와 주요업종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합작업체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세부담을 하기 때문에 결국 내수 중소업체와 근로소득자들이 과중한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법인, 법인 중에서도 대기업일수록 자본형성을 위해 세제 면에서 보호한다는 기조는 74년 예산에도 그대로 이연되고 있다.

<간접세 증가율이 높아>
74년 예산에서 조세저항이 적은 간접세 증가율(26·9%)이 직접세(22·5%)의 그것보다 훨씬 높으며 최근의 눈부신 기업 팽창에도 불구하고 소득세증가율(23·0%)이나 법인세증가율이 똑같게 책정했다.
또 기대액 면에서도 간세가 직세보다 3백80억원이나 많아 종래의 간접세중심의 후진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화세 61억8천4백만원을 계상, 명년부터의 실시를 예고하고 있는데 공공요금의 성질을 띤 전화요금을 구태여 조세로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는 공공요금을 정부가 먼저 안올렸다는 일종의 「트릭」으로서 잘못하면 철도 등 각종 공공요금에 악용될 우려도 충분히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74년 조세징수계획은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자본형성지원에 주안을 두고 일반국민들은 소위 「80년대 풍요」의 기대 속에 오늘을 참고 절검하라는 정책기조가 듬뿍 배어 있다. <최우석기자>

<차례>
①총괄 ②조세 ③세외세입 ④일반경비 ⑤투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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