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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 멎은 중동전…양국 수도 표정-카이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카이로=주섭일 특파원>중동전이 개전 17일만에 정전에 들어간 22일 「카이로」는 전쟁 중에도 그랬듯이 비교적 평온한 표정으로 휴전의 소식을 맞이했다.

<즐거운 표정의 대학생>
「카이로」 거리는 다른 때보다는 약간의 많은 사람들로 웅성거리고 있었고 대개가 신문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일단 안도감과 자신감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거리에서 만난 「무하마드·하킴」이라는 「카이로」대학생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휴전이 발효하기 전 12시간 안에 우리는 「시나이」전선에서 한치의 땅이라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이둘」이라는 이름의 「호텔·보이」는 『「이스라엘」이 지난 67년 「유엔」안보리의 결의사항을 이행할까』라고 말해 「시나이」반도에 대한 실지 회복의 꿈과 「이스라엘」에 대한 불신감을 동시에 털어놓았다.
빼앗긴 땅에 대한 이들의 집념은 남녀노소 직업에 관계없이 거의 종교적이다.
휴전소식이 「라디오」·TV로 전달되었을 때 시민들은 일단 만족의 뜻을 표했지만 환호성이나 축하의 시위는 없었다. 『싸움이 중지돼 기쁘나 「이집트」에 들어온 「이스라엘」군을 쫓아 버리지 못한 채 휴전이 되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내뱉은 한 「택시」운전사의 말은 「카이로」 시민전체의 의사인 듯 했다.

<한결같이 v자 그리고>
「라디오」에서 미·소간에 휴전안이 합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본 기자는 「호텔」을 박차고 나왔다.
「힐튼·호텔」에서 「나일」강을 끼고 조금 내려가면 대 광장. 전쟁 중에도 인파가 붐비던 곳이므로 시민들의 반응을 골고루 살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5일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 광장의 동쪽에 있는 「빌딩」앞에는 자원입대 하려는 많은 청년들이 몰려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휴전소식이 이미 알려진 탓인지 늘 수십 명의 청년들이 몰려 있던 그 사무실 앞은 텅 비어 있었다.
대신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삼삼오오 몰려 서서 무엇인가 수군거리면서 때로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때로는 자신에 넘친 표정으로 토론을 벌인다.
아마도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를 정말 내줄까에 대해 제각기 추측들을 내리는 것 같았다.
「카이로」박물관 앞의 길거리는 무명의 논객들이 모여서 정치토론을 벌이는 곳.
아니나 다를까 본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수십명이 5, 6패로 나뉘어서 일대 토론을 벌이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본 기자가 기웃거리면 그들은 한결같이 V자를 그려 보이거나 앞가슴을 두드려 보였다.

<외국인에 자신감 보여>
자기들끼리는 비관과 낙관이 엇갈리지만 외국인 앞에서는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전시 아래의 「이집트」정부는 전화나 「텔리스」사용에 「아랍」·미·불어 이외의 언어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본사 주섭일 특파원이 「카이로」에서 보내 온 모든 기사는 불어로 보내 온 것을 번역 게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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