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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흥 5개년 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0년대 이후 우리 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된 사회변동』으로의 근대화 작업은 경제개발을 주축으로 하여 공업화에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개발에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많은 분야에서는 갖가지 장기 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되고 또 실천되어 왔다.
이러한 개발전략은 그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를 자연 변경시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문화·예술 등의 영역이 바로 그러한 소외의 지대였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제 총액 2백50억원 규모의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그 같은 계획의 수립 자체에 뜻이 있다는 것을 솔직히 허가해서 마땅할 줄 안다.
계획의 내용은 방대하여 지금 당장 그 세목을 소상히 논평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계획추진의 3대부문인 ⓛ전통문화개발 ②예술진흥 ③대중문화 창달 가운데서 우선 예술진흥의 본질 문제에 대해서만 우리의 소견을 말해 두려한다.
첫째, 참된 문화예술의 창작을 위해서는 돈에 앞서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곧 예술가의 「창조적 자유」의 공간이다. 가난한 속에서도 예술은 나올 수 있어도 돈만 얻고 창조적 자유의 공간을 잃어버린 예술가는 「배부른 카나리아」처럼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법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의 진홍에 있어서는 돈의 출처가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인 협량으로 창작주제나 소재의 선택에까지 용훼함을 삼갈 줄 아는 자제와 슬기가 절실히 요청된다.
둘째로, 문화예술의 육성을 위한 기본전략으로 돈은 작품에 주되 사람에 주지 말라는 원칙을 제의한다. 달리 말하면 문화 예술진흥기금으로는 문학이건, 미술이건, 음악이건, 연극이건, 무용이건 무엇보다도 그 작품을 골라주라는 얘기이다. 그것이 선진국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범례가 되고 있다.
훌륭한 문학작품을 전국에 3천4백을 헤아리는 도서관마다, 단 1부씩만이라도 구입케 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현재의 수준에선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주요도시에 임립하기 시작하는 공공「빌딩」의 수많은 벽면과 복도에 회화·조각 작품을 한 점씩 전시케 해 주어도 한국의 창작 미술시장은 크게 활기를 띨 것이다.
음악이나, 연극이나, 무용의 경우엔 그 공연회장의 가장 비싼 표를 대량으로 외무부·문공부, 혹은 시청·관광공사 등에서 구입케 하여 내외의 귀빈들에게 선물하거나, 청소년 학생들에게 배포하거나 90%정도의 할인을 해서 각급 학교에 나눠주면 좋을 것이다. 「유럽」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러고 있다.
음악·연극·무용의 발전을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관객의 개발이며 거기에는 투자를 해야한다. 관객의 개발 없이는 아무리 다른데 많은 돈을 뿌린다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보고 들으려는 사람이 오지 않는 음악회나 연극·무용은 발붙일 땅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들이 다 갖추어진다 하더라도 역시 문제는 있다. 매우 어렵고 중요한 문제이다.
좋은 작품을 누가 선정하느냐 하는 문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을 관리가 할수는 없다는 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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