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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국보를 욕보이는 '국보 모바일 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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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준봉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준봉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 7일 문화재청이 짤막한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국보(國寶) 229건을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각종 모바일 기기로 감상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회화·조각·도자기·금속공예·전적(典籍)·기타 등 6개 분야별로 개발한 앱을 모바일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앱에 사용된 콘텐트는 문화재청이 2007∼2011년 발간한 5권짜리 『문화재대관(大觀) 국보편』이다. 여기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고화질의 사진자료를 확대·축소하며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 동영상·음성 자료도 이용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래서 앱의 이름도 ‘문화재대관 국보 앱’이다. 한마디로 손바닥 안의 국보 백과사전이라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보 앱은 실망스러웠다. 기자의 스마트폰은 비교적 최신 기종인 갤럭시S4다. ‘국보 회화’ ‘국보 조각’ ‘국보 기타’ 등 3개의 앱을 다운받아 봤다. 회화와 조각 앱은 설치는 됐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무령왕릉 석수(石獸) 등을 소개하는 ‘국보 기타’ 앱만 돌아갔다.

 8일 오후 동료기자의 아이폰4S로 다시 시험해 봤다. 파일 크기가 100메가바이트(MB)가 넘는 ‘국보 조각’ 앱이 작동은 됐지만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아이폰 앱스토어에 올려져 있는 ‘국보 회화’ 앱에는 이런 내용의 사용 후기가 올라와 있다. “상당히 불편한 앱. 사용편리성에 대해 별로 고민 없이 만들었나요? … 별점 한 개도 아까운 앱!!”

 문화재청 담당자의 변은 이랬다. “모바일 기종이 워낙 많아 국보 앱이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에 최적화돼 있다.”

 이마저도 사실과 달랐다. 회화 앱의 경우 아이패드 미니(7.9인치)에서는 작동됐지만 10인치 갤럭시탭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문화재청의 보도자료를 충실하게 옮겨놓은 각종 매체의 뉴스가 수십 건 돌아다닌다. 한결같이 국보 앱이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작동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 기사들을 읽고 자신의 모바일 기기에 앱을 깔려고 했던 사람들은 짜증과 낭패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앱 출시 전에 각종 모바일 기기의 기종·버전별로 충실히 테스트하는 건 기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화재청의 국보 앱은 2012년 7월부터 1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인 사업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숭례문 부실 복원으로 청장이 바뀌는 곤욕을 치렀다. 그런 뒤에 나온 ‘국보 앱’이다. 국보 앱 개발 목적은 한 사람이라도 더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것일 게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준봉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