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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뒤엎은 백중지세의 지구전|미·불 군사 전문가가 본 중동전의 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번 중동전을 주시하고 있는 「프랑스」의 중동 문제 및 군사 전문가들은 「아랍」측의 군사·전술적 능력의 향상에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아랍」측이 선제 공격의 효력을 본 것은 개전 후 24시간 정도에 불과하며 그 후의 전투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대결이었다는 것.

<패전 후에 강병 훈련>
「이집트」는 「6일 전쟁」 패전 후 「알리」 국방상, 「샤즐리」 장군, 「이스마일」장군 등이 주역이 되어 해이된 군기의 쇄신에서부터 강병을 만들기 위한 무자비한 훈련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군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손색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6일 전쟁」의 패전 후 이들 3명의 주역은 「실지 회복」이라는 종래의 「슬로건」 대신 「군인으로서의 신념과 자부심을 갖자」는 구호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패전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병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패배주의와 사기 저하에 있었다고 본 이들의 판단은 이번 전쟁의 결과를 통해 훌륭히 입증되었다.
정신 혁명에 일단 성공한 후 「아랍」측은 군의 정예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사막 훈련도 쌓아>
첫째, 우수한 대학 졸업생을 군 장교로 선발, 정예화는 물론 사기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군 내부의 부패를 추방했다. 이틀 청년 장교들은 이번 전쟁에서 단연 일선의 주역이 되었으며 「샤즐리」 장군의 기습 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했다.
둘째, 「수에즈」 도하 작전을 위해 「파욤」 호수에서 충분한 사전 훈련을 쌓았다. 「샤즐리」 장군 휘하의 특수 부대가 이 훈련의 중심부대였으며 이들의 능력은 「시나이」 전투에서 「바레브」 방어선 돌파를 통해 훌륭히 입증되었다.
세째, 소모전에 대비한 훈련을 「리비아」의 「영투」 지역에서 충분히 쌓았으며 전쟁을 장기·소모전으로 만들어 「이스라엘」을 궁지에 몰아넣는 방법까지 강구해 두었다.
네째, 「다얀」 장군이 작전을 통일적으로 지휘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시리아」와의 양면 전쟁을 벌이는 한편 가능한 한 대규모의 소모전으로 만들었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기동화하여 속전속결로 승부를 내는 것이 「다얀」의 특기이므로 「아랍」의 이와 같은 전략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또 이번 전쟁의 결과를 보고 군사 전문가들이 크게 감탄한 점은 「아랍」측의 뛰어난 인내력이었다.
지난 9월13일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공중전을 벌였을 때 「시리아」는 13대의 비행기를 격추 당했었다.

<이, 개전 탐지 못한 듯>
그러나 이제야 명백해진 일이지만 이때 「시리아」는 「이스라엘」기 편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샘·미사일」등 방공 망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개전 때까지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그처럼 큰 손실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전을 「이스라엘」측이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점은 「아랍」측의 군기와 보안 조치가 「6일 전쟁」때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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