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주 백55호 고분의 출토품들|관모의 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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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5호 고분 출토품에 대한 엄밀한 집계는 아직 없지만 약 7백점을 헤아리고 있다. 재료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순금제품=78점 (금관·관식· 과대 등)
▲금동제품=95점 (마탁·고배·관 등)
▲은제품=36점 (요대·합·장신구 등)
▲철제품=2백50점 (부·족 등)
▲칠기=37점 (배·잔·반·찬합 등)
▲백화피 제품=5점 (그림이 있는 장니·벽형판 등)
▲섬유편=30점 (견직·모직편)
▲토기=30∼40점 (고배·장군 등)
▲기타=1백20점 (곡옥·유리잔·안욕 등)
이러한 숫자는 개략의 점수인데 그 『다양하고 호화로움이 경주 고분에선 유례가 없다』는 것이 김정기 발굴 단장의 발굴 소감이다.
물론 금관총의 경우 약 3만점으로 보고돼 있지만 실제 물건의 건수는 훨씬 적다. 고고 발굴품이란 깨진 것·떨어진 조각·구슬 하나씩…세기로 말하면 숫자가 엄청나게 마련인데 그것을 복원된 상태의 물건과 부득이한 낱개 부품만으로 계산한다면 그리 많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155호 분의 유물들은 금관총·금령총·서봉총보다 월등히 보존 상태가 좋다. 그래서 같은 적석목곽총 임에도 증화와 칠기가 원형 그대로 발견됐고 그 밖의 유물의 원형 추정을 어느 정도 가능케 했으며 더구나 깁 조각을 다소나마 수습한 것은 커다란 수확이다.
금관에 있어서 금관총 출토품의 출자립식 외관·내관의 조형관식·관모를 함께 복합 조립해 하나의 관으로 전시하고 있는게 이제까지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출토 위치로 보아 그 셋이 각기 딴 용도가 아니겠는가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이른바 외관이라고 하는 것은 관속의 머리 부분에 놓였고 날개편 모양의 2개의 관식은 관 밖에 나란히 놓았다. 또 내관의 관모라는 것도 따로 놓았을 뿐 아니라 그런 모양의 모자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것도 별도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각기 용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마 인물도·서조도가 그려 있는 자작나무 껍질의 판이 과연 모자 차양일까 하는 점도 또 하나의 문젯거리. 그것은 다른 모자류와는 달리 나무 궤짝 속에 들어 있었고 양 테와 모자 부의 접합 흔적이 석연찮다는게 발굴 당사자의 견해이다. 일본 출토의 금동 제품은 이제까지 양 테로 본 것이 그들의 정설이고, 그래서 앞서 금령총 출토의 수피판도 그렇게 해석한 것인데 만약 그것이 다른 용도로 쓰인 것이라면 그야말로 흥미 있는 화제를 불러 일으킬만한 소재이다.
그밖에 금동의 삼지 장식을 세운 투구도 나왔는데 그러면 조형립식을 다는 관은 어떤 용도의 것일까. 그것도 대소 두개인데 각기 다른 관에 붙였으리라 보이기 때문에 신라 관제의 여러 가지 문제가 이번 발굴에서 새삼 대두된 셈이다. 그에 따라 은제 허리띠나 금제 귀고리 등 장신구에 대한 문제도 아울러 해결해야 한다.
이런 신라 복식제와 아울러 주목되는 것이 마구. 물론 신라의 마구는 토기나 각화 등으로 다소 해명돼 있는 편이지만 이번엔 실물을 통해 여러 가지 증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마구로서 쇠붙이 부품은 다른 고분에서도 출토 예가 많으므로 비교가 되지만 섬유질이 삭아 없어져 안장의 완형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속제 안장을 놓은 안욕이라든가, 천마도를 그린 말 배의 가리개 등 거의 일습이 수습됨으로써 마구 연구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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