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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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화제 일으킨 『한국 문학사』|김윤식·김현씨 공동 집필>근대 문학 기점을 영·정조대로 설정
한국 근대 문학의 기점은 이조 영·정조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여 주목을 끌었던 김윤식·김현 공동 집필의 『한국 문학사』 (계간 「문학과 지성」 연재), 신문 연재로 크게 화제가 됐던 20대의 청년 작가 최인호씨의 장편 『별들의 고향』,그리고 항시 초연한 자세로 그 나름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제하씨의 단편집 『초식』 등이 각각 출간되어 가을 독서 「시즌」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문학 비평가 김윤식·김현양씨가 계간지 『문학과 지성』 72년 봄호부터 공동 집필로 연재하기 시작한 『영·정조에서 4·19에 이르는 한국 문학사』는 근대문학이 이인직의 『혈의 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부터 출발한다는 이제까지의 통념을 뒤엎음으로써 문단에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특히 이른바 「순수 문학」의 계열로 구분되는 양 김씨의 『근대 문학의 기점이 영·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견해는 염무웅씨 등 이른바 「참여 문학」「그룹」으로 꼽히는 일부 비평가들로부터 옳지 않다는 이론에 부닥치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한국 문학사가 문단사·논쟁사·잡지사의 성격을 띤데 반해 이 책은 전통 문제와 이식 문화 문제, 식민지 치하의 문학의 위치 문제, 해방후의 분단 문제 등을 문학적으로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는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민음사 간 국판·3백66혈·2천원)
이들은 이 책의 간행과 때를 같이하여 김윤식씨는 『한국문 문학 논고』를, 김현씨는 『상상력과 인간』을 각기 출간하여 그들의 폭넓은 문학 비평 활동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한국 문학사 논고』 (법문사 간·국판 4백68혈·2천3백원),『상상력과 인간』 (일지사 간·사륙판·3백5혈·1천2백원)

<『별들의 고향』의 인기 작가 최인호씨 신작 『내 마음의 풍차』에 기대>
63년 고교 2년생으로 한국일보 신춘 문예 소설부에 입선하여 화제가 됐던 젊은 작가 최인호씨는 67년 신춘 문예 당선으로 공식 「데뷔」한 후 국내의 어떤 젊은 작가들 보다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다작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고 김주연·박태순씨 등 학교 및 문단 선배들도 이러한 최씨의 다작 활동에 대해 다소의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가 내놓은 일련의 작품들이 계속 많은 독자들에 의해 즐겨 읽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나름의 독특한 재능 때문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특히 이번 2권의 책으로 출간된 신문 연재 소설 『별들의 고향』은 이른바 성공적인 신문 소설의 「패턴」을 바꾸어놓았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다만 그 자신이 형성해 놓은 소설 세계의 어떤 공식이 계속 같은 「스타일」로 일관될 경우의 도식화는 스스로가 「컨트럴」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문단 일부의 견해. 따라서 중앙일보 4작가 중편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로서 10월15일부터. 연재하게된 신작 『내 마음의 풍차』에 새로운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이제하 단편집 『초식』 출간>
몇 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이제하씨는 눈에 뛸 만큼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발표하는 작품들이 대체로 차분한 문제 의식을 제기함으로써 비록 제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이번 출간된 단편집 『초식』은 그의 첫 작품집으로서 신춘 문예 현상 문예 당선작들과 함께 그 동안 발표했던 작품 등 14편을 수록, 20년에 가까운 그의 문학 생활을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씨는 이 책을 스스로의 솜씨로 화려하게 꾸며 현재 개최중인 전국 도서 전시회 73년도 우수 장정 「컨테스트」에서 입선하기도 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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