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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샥스핀 금지령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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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에는 “샥스핀이 없으면 연회가 아니다(無翅不成席)”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8일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퇴출을 명시한 ‘당정기관 국내공무접대 관리규정’을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이미 지난해 9월 샥스핀 요리를 모든 공식 만찬에서 퇴출시켰다.

 최고 요리를 제공하기로 유명한 중국의 국빈만찬에서도 샥스핀이 사라졌다. 지난해 6월 27일 인민대회당에서 펼쳐진 박근혜 대통령 환영만찬에서 ‘얇게 썬 햄이 든 흰목이버섯탕’이 샥스핀을 대신했다.

 중국의 샥스핀 금지 운동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반부패 운동의 일환이다. 접대와 향응이 부패의 출발이라는 생각에서다.

 시 주석은 이 운동을 시민사회조직에 맡김으로써 정치 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샥스핀 퇴출뿐 아니라 ‘정부 조직을 간소화하고 권한을 아래로 이양한다(簡政放權)’는 개혁 키워드를 관철시키는 데 시민사회조직을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18기 3중전회(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조직의 활력을 북돋운다’는 개혁항목을 통과시켰었다.

 샥스핀 퇴출 운동은 ‘샥스핀 제로 중국 프로젝트 팀’이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 팀은 2011년부터 매년 중국 주요 도시의 최고급 식당을 상대로 샥스핀 판매 여부를 조사한 뒤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4.3%의 식당이 샥스핀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했다. 2012년 6.6%에 비해 3.7배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잔인한 소비를 없애겠다는 ‘제로 중국 행동(中國零行動)’을 모토로 한 이 팀은 자체 제작한 ‘샥스핀 프리’ 패널을 만들어 캠페인 참가 식당에 보급하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 왕쉐(王雪)는 “기업·식당·환경보호기구들과 연합해 전국 20개 도시에서 1000명의 지원자를 모집해 오는 춘절(春節·설) 요리에서 샥스핀 퇴출 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어 보호, 샥스핀 반대’ 운동은 2006년 NBA스타 야오밍(姚明)이 참여하면서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샥스핀 판매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샥스핀 도매시장이 몰린 광저우(廣州) 이더루(一德路)의 샥스핀 가격은 500g당 300~500위안으로 과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많은 도매상은 사재기해 놓은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심천상보(深?商報)’가 6일 보도했다.

 시진핑의 ‘샥스핀 정치학’은 예상치 못했던 부수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환경보호단체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조슈아 라이케르트 퓨(PEW) 환경그룹 부회장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1971년 핑퐁 외교에 이어 중국이 샥스핀 외교로 세계 환경보호를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라이케르트 부회장은 연간 1억 마리의 상어가 지느러미가 잘린 채 버려지며, 지느러미의 50%가 홍콩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이 절박한 지구환경의 희망으로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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