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건립 긴 안목으로|재론되는 국립중앙도서관 신축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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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대 문리대「캠퍼스」보존운동과 함께 국립중앙도서관의 이전 안이 다시 문제되고 있다. 서울대 문리대 동문들은 학문의 전당인「캠퍼스」에 역시 국가학문의 상징인 국립중앙도서관을 유치하자는 것이고 또 도서관계에서는 이 기회에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이전 안을 원대한 계획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매머드·호텔」건립에 밀려 50년만에 헐리게 된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미 그 관리가 문교부에서 총무처 정부청사관리위원회로 넘어가 여의도에 새 건물을 짓고 이전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총무처가 새해 예산안에 반영한 국립중앙도서관 신축계획은 현 국립도서관부지 1천9백77평을 판 대금 8억8천 만원으로 여의도에 대지5천평(2억5천 만원) 건평 2천평(6억원·부대시설 3천 만원)의 새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다.
1차 계획 2천평에 모두 6천평의 건물을 짓는다는 것인데 새로 지을 서울대 도서관이 7천2백평, 여의도 국회도서관이 6천8백평인 것에 비하면 국립중앙도서관으로서 너무나 초라한 규모다. 그것도 1차 연도 2천평 건립이후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세워진바 없다.

<국립도서관만 미해결>
또 여의도에 옮기는 것도 문제다. 국회도서관외에 서울시립도서관 건립계획도 있어 구태여 국립중앙도서관까지 좁은 여의도에 모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그곳은 매립지라 고층건축이 불가능하고 기술적으로도 방습문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신축계획은 69년 대통령령에 의한 민족문화추진위원회가 주관이 되어 민족문화「센터」의 일환으로 계획되었으며 71년 초까지 기초「스터디」를 마쳐 30년 앞을 내다보고 대지 2만평에 건평 1만2천평의 건물로 계획되었었다.
당시 같이 계획되었던 국립극장과 국립박물관은 완성을 보았지만 국립도서관만 미해결로 남아 있다. 현대의 정보사회에서 국가지식의 축적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비중은 1개 극장에 비할 바가 아니며, 서울시민회관이 60억원으로 신축되는데 국립중앙도서관이 8억8천 만원으로 지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도서관 통합해야>
이에 대해 처음 이전계획에 참여했던 전 국립중앙도서관장 이창세씨는 과거 민족문화추진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되었다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총무처에서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보다 좀 다른 차원에서 백년대계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회도서관장 강주진 박사는 여의도에 도서관촌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이왕 국립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을 새로 지어야 한다면 이 기회에 두 국가도서관을 한데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 모든 문헌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 모든 국내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팔리니까 짓는다는 식>
그는 또 최근 과학기술연구소와 한국개발원 등이 자체내의 학자를 위해 몇십억원 어치의 책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것은 국가문헌의 편중을 초래한다면서 책에 굶주린 국내학자들이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등 일관성 있는 도서관 정책이 필요하다고 아울러 강조했다.
오늘날 선진국과 후진국을 국민소득보다는 지식과 문헌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로 구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각국은 모두 국립도서관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현대의 지식은 매15년을 주기로 배증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상급기관인 문교부는 이번 이전문제에 있어 아무 대안없이 팔리니까 짓는다는 식의 문화정책의 커다란 결함을 보여주었다.

<전문적인 재검토 필요>
서울대의 관악「캠퍼스」이전 문제 때는 국제「심포지엄」까지 가졌었는데 국립도서관의 이전문제는 전문가의 참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한번 옮기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장기계획 없이 6천평의 새 건물을 지으면 얼마안가 또다시 이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도서관계에서는 현재의 모든 계획을 백지화시키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며 정부·학계를 망라한 민족문화추진위원회 등이 주관해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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