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전화위복' 골프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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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출전을 코앞에 둔 프로골퍼가 손에 익은 골프클럽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면…? 아마 출전을 포기할 것이다.

설령 출전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좋은 성적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주말 골퍼들로서도 손에 익은 클럽이 아니면 내기에도 선뜻 응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올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늦깎이 신인' 제프 브레허트(40)는 달랐다. 그는 14일(한국시간) 혼다 클래식대회 개막을 앞두고 골프클럽을 몽땅 도둑맞았다.

웬만한 선수 같으면 출전을 포기하기 십상이지만 지난해 말 '지옥의 라운드'로 불리는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힘들게 투어 출전권을 따낸 브레허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창고를 뒤져 낡은 드라이버와 웨지 2개를 꺼내들고 대회장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미라솔 골프장(파72)으로 향했다. 그리고 개막 전날에야 새 아이언 세트를 장만했다.

대회가 개막한 뒤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쳐 노타 비게이 3세.저스틴 레너드(이상 미국) 등과 함께 공동선두에 나선 것이다.

브레허트는 단 한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은 채 4홀 연속(6,7,8,9번 홀)으로 버디를 잡아내는 신기의 샷을 뽐냈다. 그린 적중률이 78%나 됐고, 낡은 드라이버를 들고서도 평균거리 2백64m의 장타를 휘둘렀다.

이쯤 되면 브레허트는 도둑님(?)이 골프클럽을 자주 훔쳐가길 빌어야 하지 않을까.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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