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유엔 총회 스케치|<유엔본부=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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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회개막을 앞두고 거물급들이 속속 모여드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남북한의 막후활동은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외무장관이 「뉴요크」에 도착,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여장을 푼 17일 저녁 권민준 북한대표단장은 「발트하임」사무총장을 비롯, 1백50명의 각국대표와 기자들을 초청한 「리셉션」을 바로 같은 「호텔」에서 베풀었다.
한국과 우방 측은 연일 전략회의·실무자회담 등의 이름으로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의 대표들에게는 「유엔」총회는 국제적인 「매머드」사교장이다.
이번 총회만 해도 「그로미코」소련외상, 희붕비 중공외상, 「린첸」몽고외상 같은 흥미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일본·영국·「프랑스」·미국 등 서방진영을 대표하는 열성의 외상들이 금붕어처럼 「유엔」주변의 「파티」의 물결을 누빈다.
「유엔」 「로비」는 이제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기니」·「탄자니아」·「리베리아」 등 「아프리카」국가들의 여성대표들은 그들의 울긋불긋한 전통적인 의상으로 몸을 휘감고 회의장과 「로비」외 시선을 독점하고 있다.
머리 끝에서 발부리까지 눈을 어지럽히는 원색 「드레스」로 성장한 「기니」의 여성대표는 총회의 첫 의제로 오른 양 독 가입 안 표결직전 첫 연사로 등장. 「프랑스」어로 「섹시」하게 처녀 연설을 하여 개회벽두의 총회 분위기를 선선하게 만들었다.
1백여명의 동·서독기자들, 10명이 넘는 한국보도진, 의장석 맞은 편 왼쪽의 「업저버」석에 앉은 4명의 북한대표와 회의장을 오가는 한국외교관들의 모습만은 「구체적인 관심」을 담은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로비」를 오가는 다른 나라 대표들의 거동은 잔칫집 손님들처럼 즐겁게 들떠있었다.
총회 개막직전 「아프리카」단결기구의 사무총장 「에캉가키」라는 사람은 보좌관들을 거느리고 「유엔」기자실에 나타나 인종차별 정책을 고수하는 남 「아프리카」, 이를 좌시하는 영국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회견을 가졌다.
이렇게 모두들 「기분」을 내는 것이 「유엔」총회라는 연중행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홀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한국 같은 나라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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