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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서 "박근혜씨는 댓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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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직 천주교 사제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박근혜씨’라고 불렀다.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미사 강론에서다. ‘박근혜씨’라는 표현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실현사제연대 및 정의구현사제단은 6일 경기도 화성시 기산성당에서 신부 50여 명과 신도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미사를 했다. 강론을 맡은 조한영(46) 신부는 “박근혜씨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국방부사이버사령부 댓글 대통령이지 민의에 의한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씨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자행된 부정선거 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마땅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박근혜씨는 원칙에 타협이 있을 수 없음을 자주 언명한다”며 “그러나 공동선을 위한 공공분야의 원리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박근혜씨의 원칙은 자신만의 독선”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씨’라는 표현은 모두 여섯 번 나왔다.

 조 신부는 미사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대통령을 ‘~씨’로 표현한 데 대해 “미국 대통령도 ‘미스터 오바마’라고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양’이라고 하기 뭐해서 씨라고 붙였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이정희(45) 통합진보당 대표가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박근혜씨는 독재자”라고 하는 등 ‘박근혜씨’라는 말을 세 번 해 논란이 됐다.

 조 신부의 호칭 사용과 관련, 천주교 최고의결기관인 주교회의 홍보담당 이영식 부장은 “수원교구에 물어봐야 할 일이며, 협의체인 주교회의에서는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조 신부는 이날 강론에서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 정권의 폐해는 경제 민주주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민영화의 독단적 추진”이라며 “국민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사유화에 대해 사과하고 모든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제단과 신자들은 미사를 마친 뒤 ‘관권·부정선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이명박을 구속하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박근혜 정권은 회개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는 27일 오후 7시 경남 마산교구에서 시국미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23일 전북 군산성당에서 한 시국미사에서는 박창신(72) 신부가 “북방한계선(NLL)에서 한국과 미국이 군사 합동훈련을 하는데 북한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쏴야지요”라며 북한의 천안함 격침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화성=임명수 기자,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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