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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률 40%, 희망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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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청년 고용률이 40.0%를 기록했다. 이전 3개월간 연속 39%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청년 고용률이 역대 처음으로 40% 밑으로 내려갈 전망이라 마음이 무겁다. 통계적 수치를 보지 않아도 실제 청년들이 느끼는 고용 사정은 어렵기만 하다. 자기소개서 쓰면서 인생을 후회하고 입사지원서 쓰면서 전공을 후회한다는 말에 많은 청년이 공감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상황이 이처럼 어렵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전하거나 교육이 필요한 신규직 대신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고용 창출력이 약해졌다.

 두 번째는 인구구조의 문제다. 청년층의 비경제활동 인구가 청년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해 고용률이 낮다. 비경제활동 인구의 대다수(78.7%)가 학생인데 특히 2005년 이후 15~19세 인구 증가로 청년인구 중 학생의 비중(2005년 37.8% → 2012년 43.6%)이 크게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년들이 일단 교육을 모두 마친 뒤 사회에 진출하는 선 진학-후 취업 구조를 가진 국가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5~29세 연령층에서는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8.5%)보다 OECD(평균 15.8%)가 많다. 이렇게 선 취업-후 진학 또는 일-학습 병행 시스템이 정착된 나라는 청년 고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세 번째는 학교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다. 고졸 기술 인력은 부족한 반면 대졸자는 초과 공급되고 있다. 청년층은 물론 부모들도 특성화고보다 일반고 진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산업현장에 맞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보상시스템의 문제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수준이 낮아 청년이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청년의 일자리 사정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최근 긍정적인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청년들의 기술이나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5~2013년 폴리텍 기능사 과정 입학자를 보면 41.6%가 대학중퇴 또는 졸업 후 재입학하는 경우다. 막연히 남들 따라 취업의 길만 고집하기보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해 창업 신설법인 수가 5만1000개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23% 증가했으며, 소셜벤처 경연대회 참여팀도 두 배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의 한정된 일자리에 몰려 경쟁하기보다 세계무대로 나가 더 큰 꿈을 찾아가는 청년도 늘고 있다.

 최근 청년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청년맞춤형 일자리 대책은 이런 긍정적인 변화가 더 빨리,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의 고용창출 노력을 유도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청년의 창업도전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통계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1~8월간 2012년과 패턴은 같았지만 다소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9월 이후 역전돼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청년맞춤형 일자리 대책의 내용들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도록 관리하고 청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해 나간다면 지난 10년간 하락했던 청년 고용률이 이제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숙제다. 미래를 이끌고 갈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부문을 포함한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들도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꿈을 갖고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민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