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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새로운 시도|서울대학교 입시 계열별 모집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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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대학교는 내년도 관악산「캠퍼스」일부 이전계획을 앞두고 74학년도부터 신입생을 학문계열별로 모집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꾀하게 되었다.
대학신입생 계열별 모집안은 지난 71년2월 서울대학이「캠퍼스」이전 10개년 계획을 세울 때「아카데믹·플랜」의 일환으로 채택, 관악산으로 옮겨감과 동시에 실시키로 했었다.
서울대의 이같은 계획이 밝혀진 후 문교부는 지난 72년6월27일「고등교육개혁방안」을 발표, 그 해 8월까지 계열별 모집제를 택할 실험대학의 신청을 받아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서강대·숭전대·인하대·성심여대·울산공대·전남대 등 10개 대학이 73학년도부터 이미 일부 신입생을 계열별로 모집했다. 따라서 서울대가 신입생을 학문계열별로 모집하기로 결정한 것은 문교부가 추진하는 고등교육 개혁안이 실험단계를 넘어서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비단 계열별모집 뿐 아니라 곧 개편, 확정될 새로운 서울대 교육기구가 밝혀지면 그 규모와 영향력으로 봐서 우리 나라의 대학교육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여진다.
문교부가 발표한 고등교육의 단기개혁안의 골자는 ①계열별 학생정원제 ②졸업학점조정 ③부전공제 강화 ④지역별 대학의 특성화 등이다.
이중 계열별 정원제로의 전환은 학과별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학생들의 학문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인력수급의 자연적 조정을 꾀하는 동시에 현재 각 대학 학생들의 30%이상이 자신이 적을 둔 학과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점을 해소하는 잇점을 갖는다.
계열별 학생 모집이란 종래 처럼 단과대학 및 학과별로 세분해서 학생을 뽑지 않고 광범위하게 학문영역별로 학생을 모집한 후 1∼2년간의 기본과정을 거친 뒤 전공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제도이다.
외국에서도 이 계열별 대학 신입생 모집은 미국·영국·불란서 등 학교별로 약간 차이는 있으나 이미 실시하고있다.
이 제도는 학생에게 전공학과에 구애받지 않고 전체적인 기본교양을 갖추게 하고 자기의 적성에 따라 합리적인 전공분야를 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의의가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학교측은 ①학생본인의 희망 ②시설과 자원에 대한 학교측 사정 ③사회적 필요 ④학생의 성적 ⑤지도교수의 판단 등을 근거로 기본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각 과에 배정한다.
그러나 전공학과를 선택할 때 인기학과에 집중 지망하는 폐습이 우리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제도는 여전히 문젯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이 제도를 실시중인 10개 실험대학 관계자회의에서도 밝혀졌다시피 ①사회풍조에 따른 전공학과에의 집중경향 ②인기학과와 비인기 학과간의 격차 ③희망과 선택탈락으로 인한 학생들의 패배의식 ④영세학과의 학생확보 및 과 운영의 애로 ⑤인력 수급면에서의 차질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이 제도의 성패 여부가 달려있다.
이번 확정된 서울대의 경우는 이상에 지적한 문젯점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서울대는 교육운영의 종합화계획의 일환으로 현재의 엄격한 학과정원제를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인기학과의 증원 상한선을 20%로 정한 것이 바로 그것중의 하나이다
또 앞으로 폐쇄 또는 감축되는 학과교수들의 장래문제는 서울대 교수간에 불씨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문리대 영문학과 교수들이 최근 교양과정부가 폐지되면 교양과정부 소속의 영문학 교수들이 몰려올 것을 우려, 타 단과대학 재직자를 받지 않기로 결의한 것은 하나의 본보기이다.
어쨌든 서울대는 계열별 모집제를 실시함으로써 각 단과대학의 구별이 사실상 없어지게 됐으며 또한 각 단과대학 안의 학과별「커트·라인」차가 없어짐으로써 신입생들의 지적수준이 상향 평준화될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예전처럼 과 선택에 요령을 부려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는 시기는 이제 끝난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특정 인기학과에서는 세칭1류 고교 학생들끼리 경쟁, 우수한 학생들이 탈락했던 현상이 없어지고 이에 따라 실력이 낮은 학생들은 밀려나게 된다.
또 1년 혹은 2년 뒤 학과를 다시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지금보다 열심히 성적을 올려야 하므로 면학에 대한 열의가 전체적으로 오를 것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대의 계열별 학생모집제의 성패는 현재 인문·자연 등 6개 학문영역별로 나눈 계열의 구분이 합리적인 것이냐 하는 판단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대학 관계자들의 말이다.
▲김철수 서울대 교무처장=계열별 학생모집은 이미 서울대 종합계획의 하나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실천단계로 옮긴 것이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 학과별 모집에 따른 전공선택의 비합리성 등의 문젯점을 벗어나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케 하고 교양교육강화의 취지에 맞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장인숙 문교부 고등교육국장=서울대의 계열별 모집결정은 문교부가 그 동안 추진해온 대학교육 개혁방안의 하나이다.
서울대는 사립대학이 아닌 규모가 큰 국립대학이므로 예산관계가 뒤따라 충분한 검토가 있은 후 실현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심준섭·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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