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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어도 걸을 길이 불편하다|걷기 운동보다 도로정비 앞서야|보행자 보다 차량위주로 만든 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걷고 싶어도 명랑하게 걸어 볼 길이 없다.「만보 걷기 운동」등 사회의 일각에서 걷기 운동을 펴고 있으나 특히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경우 걷기에 알맞은 도보로의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앓아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차도와 각종 돌출 물 등으로 인도는 규정된 폭 원마저 침식당해 홍수처럼 밀어닥치는 차량의 매연과 배기「가스·먼지·소음 등으로 오염돼 있어 걷기엔 너무 거북하다.
또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곳도 많아 이 같은 보도를 걸어가기란 오히려 위험하고 짜증스럽기도 하다. 시민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걸어 볼 수 있도록 안전한 도보로의 조성이 걷기 운동에 앞서 당장 급하다. 집밖을 나가 걸어 보며 도보로의 환경부터 살펴보자.

<돌출 물이 걷기 방해>
◇간선도로=도심지 주요 간선도로의 인도는 차도확장 때 인근건물의 병행철거가 제대로 안돼 대부분 규정된 폭 원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주 등 공작물이 곳곳마다 걸린다.
차에 밀린 행상인. 큰짐을 실은「리어카」등 이 인도에 뛰어들어 행인의 걸음 길을 막는다. 요식업소 사무실에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은 채「팬」으로 내뿜는 악취 등으로 보행인이 숨이 막힐 지경의 곳도 많다.
을지로의 경우 노 폭이 30m로 양쪽 인도의 최소 폭은 5m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차량위주의 도로확장 등으로 평상시 통행인이 붐 비는 구 내무부청사 앞 등은 2∼3m, 세운상가 앞 지하도부근은 1m정도밖에 안돼 언제나 큰 혼잡 투성이다.
서대문구 응암동∼수색간, 영동지구 등은 인색한 반 포장도로로 돼 있어, 2차선의 좁은 포장길엔 자동차·「리어카」·행인이 오가며 사고의 위험을 안는다.

<인도 파고드는 차량>
◇고가도로 주변=교통소통의 원 활을 위해 만들어진 일부 고가도로부근의 인도는 차도에 침범 당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케이스」가 원남동「로터리」주변. 원남 우체국 앞 길이 1백여m의 인도는 폭 원이 불과 50cm.
폭 2·5m 정도의 차도와「시멘트」담 장 옆에 붙은 이 보도의 중간지점에는 전주마저 세워져 「가드레일」시설조차 할 수 없게 돼 오가는 통행인의 동시 통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 질주하는 차량을 피해 지나는 시민들은 줄타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모험을 해야 한다.

<육교도 인도 폭 좁혀>
◇육교부근=시민들의 통행편의를 위해 만든 육교는 보행자들에게 오히려 큰 장애물 구실을 하는 예가 적지 않다.
통행인이 많기 때문에 부근의 인도는 넓혀져야 하는데도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육교는 인도 폭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육교는 서울시내 도심지 간선도로에만도 광화문교육회관 앞을 비롯해 70여 개소에 이르고 있다. 용산구 관내 삼각 지「로터리」입체교차로에 부설된 고가횡단보도의 경우는 33계단의 승강구 14개소가 45도의 급경사에 폭 1· 6m안팎으로「러시아워」엔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자빠지기 일쑤인데다 수용능력이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고가차도 측「가드레일」높이가 50cm정도밖에 안돼 차량과의 충돌사고 등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

<인도가 주차장화>
◇무단주차장=부녀자들의 시장길이기도 한 중앙시장 옆「뉴 서울·슈퍼마켓」앞과 학생들의 통학길이기도 한 종로경찰서 건너편 L내과 앞은 각종 차량들이 인도의 절반 가량을 점유한 채 주차하고 있으나 당국의 단속이 미치지 않고 있다.

<보도 없는 강변도로>
◇강변도로=서울시가 지난 67년부터 73년 사이에 54억6천2백 만원을 들여 개발한 연장 43·5km(계획연장 72·24km)의 강변로에 시민이 현행 도로교통법에 걸리지 않고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보도란 단 1m도 없다. 유보도로와 횡단도로가 한군데도 시설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뚜껑 없는 하수장도>
◇남산순환도로=공사비 7천3백60만원을 들여 69년에 준공한 연장 3·45km(KBS 뒤쪽∼「타워호텔」앞)의 남산순환도로는 인도시설이 전혀 안된 채 길 안쪽엔 폭30cm 깊이 40cm의 뚜껑 없는 하수구가 연이었고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교통사고의 위험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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