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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서울대와 80평 호화「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대학교의 관악「캠퍼스」이전으로 문리대와 사대자리를 대한주택공사에서 매수하여 여기에「아파트」건립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신문보도에 따르면 그 규모가 문리대자리에는 가구 당 면적이 40평에서 80평(1천만∼2천만 원)이고 사대자리에는 가구 당 20평 규모라고 한다.
이 때문에 주택공사가 아니고, 저택공사가 아니냐는 야유까지 있으며, 공적 주택건설을 담당해야 하는 주택공사의 본 임무를 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치로 치닫기만 하는「맨션·아파트」의 현 추세에 부채질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의견들이다. 더구나 문리대 부지의 매각처분에 관해서는 당초부터 물의가 많았다. 그 까닭은 이「캠퍼스」는 우리나라대학교육의 발상지이므로 이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도심지에 보다 많은「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공원시설을 하여 공공용지로서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뜻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궁핍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파경 속에서 주택공사의「아파트」건립계획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계획조차가 호화판이라니 개운치가 않다. 아무리 재원이 궁핍하다 하지만 보다 공익성을 높여 백년대계에 의한 후회하지 않을 계획을 추진할 수는 없을까? 문리대 앞의「마로니에」광장의 숲이 보존되고 대학본부·도서관건물은 절대로 보존되어야 하고 기왕「아파트」를 짓는다면 대학로 측에서 통행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주택단지 내부의 공지가 보다 많이 확보될 수 있도록「아파트」배치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강조하건댄 이 계획은 이번 계획에서 빠져 있지만 장래에 개발해야 할 인접된 공업연구소·법과대학까지도 포함한 전체계획의 일환으로서의 문리대부지「아파트」건립계획이 수립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여태까지 공적주택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국책회사로서의 주공에 많은 기대를 걸어왔다. 그 동안 중산층을 위주로 한 분양주택건설·주택단지개발·임대「아파트」건설을 통하여 우리나라 주택문제해결에 많은 기여를 한 업적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호화「아파트」로 지적되고 있는 가구 당 규모설정에는 무엇인가 지나친 요인을 삽입시킨 것만 같다. 부지자체가 만인주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공의 전문적인 권위를 담은 최종계획을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박병주<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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