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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발레리나 김학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발레리나」에게 무대가 없는 세월이란 인고와 기다림의 날들이다. 매일매일「하루도 숨차지 않을 때가 없이 몸을 단련하며 발레리나」는 빛나는 조명아래 분홍 신으로 춤출 날을 기다린다.
오는 11월 새 국립극장에서 국립「발레」단에 의해 공연될「선덕여왕」의「프리마·발레리나」로 춤추게 될 김학자 씨는 연습 실에서 땀을 닦으며『여름동안 그 무대를 생각하느라고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선덕여왕은 떠도는 걸인 지귀의 사모를 받게 되죠. 어느 날 분황사까지 여왕 뒤를 밟아간 지귀는 지쳐 잠이 들게 되고 이를 본 여왕은 그를 측은히 여겨 자신의 팔찌를 풀러 곁에 놔줍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뜨거움에 지귀는 몸이 타서 죽고 말지요.』
김학자 씨는 즐겁게「선덕여왕」의「스토리」를 들려준다. 서울대 이두현 교수가 대본을 쓰고 이남수씨 작곡에 임성남 씨가 구성 안무를 맡게 될「선덕여왕」서「지귀」로는 임성남 씨가 춤추게 된다.
『저는 본래「클래식·발레」에 매혹되어 무용을 시작했고 아직도 고전적「발레리나」로 춤추기를 원하는 사람이지만 한국적「발레」의 발전에 대해서는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나「발레」는 역시「토·슈즈」와「투투」를 입고 출 때 가장 아름다운 선을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한국적「발레」에서는 의상의 대담한 단순화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타이즈」를 입고 연습할 때의 선이 한복을 입고 춤추면 영 다르게 될 때가 많아요.』
이화여중 때 한국무용으로 춤을 시작했던 김학자 씨는「발레」로 바꿔 17살 때「토·슈즈」를 처음 신은 이래 20년 가까운 세월이 긴장으로 가득 찬 나날이었다고 회상한다. 하루도 쉬어서는 안 되는 고된 연습 이외에「발레리나」는 몸의 건강을 절대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잘먹고 잘 자되 몸매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집착이 강하고 끊을 수 없어야 하며 또 정신집중을 쉽게 오래도록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발레리나」로서의 완성을 향해 가는 길은 그만큼 귀한 체험을 주는 과정이라고 김학자 씨는 말한다. 이대에서 서양사를 전공했던 그는 대학원에서는 다시「발레」공부로 돌아갔고 이제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발레리나와 안무가로서의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한다.
『제일 마음 끌리는 춤은「공기의 정」이에요. 쇼팽의 곡으로 추는 이 발레는 환상적인 보라 빛 달밤에 공기의 요정들이 시인과 어울려 춤추게 돼요. 색채가 흑, 백으로 극히 클래식할 뿐만 아니라 춤들이 무게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 꿈으로 보는 듯한 아름다운 발레죠.』
그는 작년에 국립발레단과 함께 이「공기의 정」을 춤추었다. 그가 매혹 당해 있는 클래식발레의 아름다움을「선덕여왕」속에 어떻게 살려 갈 것인가에 대해 그는 몰두하고 있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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