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게서 지성 형 향기가? 닮으려 애쓰지만 아직 멀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청용(26·볼턴)은 박지성(33·에인트호번) 이후 한국 축구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다. 2011년 정강이뼈가 부러져 1년간 공백을 가졌지만 보란 듯이 재기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실시한 팬투표에서 손흥민(22·레버쿠젠)을 제치고 2013년 한국 축구를 빛낸 최고 선수로 선정됐다. 언론과 팬들은 “이청용에게 박지성의 향기가 난다”고 찬사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30일 영국 맨체스터 에서 이청용을 만났다.

- 직접 보니 박지성의 향기가 더 진하게 나는 것 같아요.

 “지성이 형이 대표팀에서 은퇴하기 전 자주 룸메이트였는데 저와 다른 향수를 쓰던데요. 형 이미지와 굉장히 안 어울리는 향수를 쓰더라고요(웃음). 성격과 생활 패턴은 비슷한 것 같아요. 보고 배운 것도 많아요. 닮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아직 한참 멀었어요.”

 - 박지성이 축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나요.

 “형이 맨유에서 뛸 때 볼턴과 차로 30분 거리였어요. 전화통화도 자주 했죠. 세금부터 상대팀 장단점과 경기장 분위기까지 조언해 줘서 고마웠죠. 그런데 연애를 시작한 뒤 연락이 잘 안 돼요. 저도 열애 사실을 몰랐어요. 바로 소문 날까 봐 그랬나 봐요(웃음).”

 - 브라질 월드컵 주장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뒤 지난해 11월 스위스전(2-1 승리)에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어요. 경기를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하루아침에 되지 않더라고요. 현재 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 올림픽에서 뛰었던 선수가 많아요.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자철(25·볼프스부르크)이가 최고의 주장감이에요. 전 욕심 없어요.”

맨체스터 시내에서 만난 이청용. 그는 “박지성 형과 성격이 비슷하다”며 “지성이 형이 맨유에 있을 때는 자주 통화했는데 연애하고 나서부터는 연락이 잘 안 됐다”며 웃었다. [맨체스터=박린 기자]

 -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 같은 조에 편성됐어요.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평가전에서 1-2로 졌지만 스위스보다 해볼 만한 상대였어요. 특유의 조직력과 경험 많은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무시할 수 없어요. 알제리는 중동 이라크와 비슷한 축구를 펼쳤어요. 벨기에 벤테케(24·애스턴빌라)는 제가 겪어본 상대 중 손꼽을 만한 기량을 지닌 선수예요. 절대 볼을 안 뺏겨서 얼마 전까지 브라질 선수인 줄 알았어요.”

 -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린 박주영(29·아스널)의 대표팀 재발탁에 대한 생각은요.

 “(한참 생각하더니) 선수가 아무리 경기에 못 나간다고 해도 클래스는 변하지 않아요. 주영이 형이 지금은 경기에 못 나가고 있지만 능력과 경험은 무시 못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6개월이 남은 만큼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 월드컵에서 같이 뛰었으면 좋겠어요.”

 - 지난해 6월 기성용(26·선덜랜드)과 불화설 기사가 나왔어요.

 “지난해 3월 카타르전부터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돌았다던데요, 중요한 시기에 경기 결과가 나빠 안 좋게 비쳤던 걸까요. 대표팀에 국내파와 해외파가 나뉘어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본다는 자체가 바보 같아요. 저희는 그렇게 수준 낮은 선수들이 아니에요.”

 - 대표팀 에이스가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뛴다고 아쉬워하는 팬이 많아요.

 “저도 이해해요. 막상 강등되니 올라가기 쉽지 않네요. 하지만 챔피언십에도 프리미어리그 못지않게 좋은 축구를 하는 팀이 있어요. 어쨌든 하루빨리 좋은 리그로 가서 톱 클래스 선수들과 경쟁해야죠. 그렇게 된다면 이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요.”

 - 영화 ‘어바웃타임’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2011년 톰 밀러에게 태클을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요.

 “부상 후 경기장 밖에서 더 큰 틀로 축구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충분히 도움이 됐어요.”

 - 지난해 7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트위터에 ‘내년에 이청용이 웨딩마치를 울릴 수 있다고 하네요’란 글을 남겼어요.

 “결혼 발표는 제가 해야 하는데(웃음). 중학교 동창인데 스물 살 안팎부터 잘 만나고 있어요. 항상 밝고 제게 큰 힘이 되는 사람이에요. 시기는 모르겠지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맨체스터(영국)=박린 기자

이청용은 …

■ 생년월일 : 1988년 7월 2일
■ 포지션 : 미드필더
■ 신체조건 : 1m80㎝·69㎏
■ 출신학교 : 서울 창동초-도봉중(중퇴)
■ 프로 경력 : FC 서울-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
■ 대표팀 경력 :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남아공 월드컵, 2011 카타르 아시안컵
■ 별명 : 블루드래곤
■ A매치 기록 : 52경기 6골
■ 올 시즌 성적 : 25경기 1골·5도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