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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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국민들의 자기 건강 관리상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면 경제력 부족과 지식의 결핍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력 부족, 즉 의료비 부담 문제는 국민소득이 증가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가 시책이나 민간 의회 단체의 보조 등에 기대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 성과를 조속히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식의 결핍, 즉 건강 관리에 대한 지식의 부족 문제는 이와는 달리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민 모두에게 건강 교육의 보급을 강력히 실시하여 대다수의 질병을 예방 지식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올바른 중요 지식을 가르쳐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 후자의 경우가 가정 단위 담당의사제도(홈·닥터) 이다. 외국에서는 가정마다 단골 변호사와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변호사는 그 가정의 재산 관리(부동산 매매·세금 문제 등) 또는 자동차 사고 등 기타 모든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일을 처리하고, 단골 의사는 그 가족 전체의 건강을 보살핀다.
단골 의사는 그 가족 전체의 건강 관리를 장기간에 걸쳐 항상 취급했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 어떤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의 과거 병력을 소상히 알므로 진단 및 치료를 하는 데에 의사보다 쉽게 또 정확히 할 수 있고 어린이의 경우는 그 부모의 건강·임신·출생, 그후 성장기 중의 모든 상태를 알고 있으므로 특이체질로 인한 약물 부작용 같은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여기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골 의사는 단골 의사보다 일반 의사가 더 편리하다는 점이다. 일반 의는 모든 질병의 1차 치료를 할 수 있으므로 그 가족의 일반 치료는 그가 담당하고 시설이나 기술 부족으로 더 세밀한 진단, 또는 특수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볼 때는 시설이 완비된 병원 또는 담당 전문의에게 의뢰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저소득층이나 미교육 층뿐만 아니라 중·고소득층이나 지식층을 막론하고 자기나 가족의 건강 관리 상식이 부족하여 일단 병이 생기면 어느 의사를 선택할까 당황하여 이 방법 저 방법, 이 의사 저 의사,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치료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거나 돈의 낭비를 초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 「홈·닥터」제도가 시급히 보급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조동수 <대학의학협회회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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