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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대륙 탐험가 「리빙스턴」은 위선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금년은 선교사이면서 대 탐험가였던 「데이비드·리빙스턴」이 죽은지 1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1백년이 지난 오늘까지 「아프리카」인들의 「리빙스턴」에 대한 신화와 경모감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의 모국인 영국에선 그가 위선, 거짓 이중인격자였다는 반론이 새로이 제기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리빙스턴」은 1873년 5월 1일 상오 4시 지금은 「잠비아」에 속하는「치탐보」읍의 한 초옥에서 그의 침상 옆에 무릎을 꿇은 채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의 사망은 이보다 수 시간 전이었다.
당시 「리빙스턴」을 위인으로 숭배하던「아프리카」인들은 그의 유해가 조국의 땅에 묻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척이나 정성을 들였다.
그의 추종자들은 시체가 부패하지 않게 소금을 뿌리고 2주 동안 햇빛에 말렸으며 얼굴은 「브랜디」로 씻은 다음 입관시키고 이것을 다시 싸서 옷 보따리로 위장했다.
시체운반에 마귀가 붙는다고 생각하는 다른 종족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배려였다. 약 60여명의「아프리카」인들이 이 시체를 운반, 폭염의 「아프리카」대륙을 가로질러 현재는「탄자니아」국이 된「바가모요」 노예항구까지 운반했다. 1천「마일」이 넘는 이 인도양 안에까지 이르는데 꼬박 10개월이 걸리는 대 역사였다. 시체는 「잔디바르」를 경유, 배편으로 영국에 보내졌다. 이리하여 「리빙스턴」박사는 1874년 4월 18일 「웨스트민스터」사원에 국가적 영웅으로 묻히게 되었다.
이것은 「아프리카」인들의 「리빙스턴」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깊었던가를 말해주는 예가 되지만 「리빙스턴」의 신화에 대해서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극단의 반목관계에 있는 백인지배의 「로디지아」와 흑인지배의 「잠비아」가 그의 1백 주기 기념우표를 공동 발행한 것은 그에 대한 신앙의 범아성을 말해 준다.
지난 5월 1일 추도식에서 「잠비아」의 「케네드·카운다」대통령은 『사심 없이 인류를 위해 재능과 정열을 기울였던 그의 봉사정신에 오늘도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고 「잠비아」「데일리·메일」지는 「리빙스턴」의 동상사진을 크게 실어 그를 추도했다.
이것은 최근 백인에 대해 반감과 혐오감이 더욱 짙어진 나라에서 백인을 존대하는 희귀한 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아프리카」인들은 「빅토리아」시대의 이 백인에 대한 전통적 외경을 오늘도 잇지 않고 있다는 확인이 된다.
이와 더불어 영국에선 그의 사후 1백 주기를 기념하여 그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출판되었다. 그러나 「팀·질」이라는 젊은 소설가가 쓴 이 책은 「리빙스턴」을 『위선·독선·거짓말·이중인격…』등으로 묘사하고 있어 세인의 비장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팀·질」이 「리빙스턴」을 위선자라고 주장하는 근거들을 보면-.
첫째 「리빙스턴」이 「니야사」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이미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이 발견한 것이며 「리빙스턴」도 이를 알고있었다.
둘째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에 대한 낙관적 거짓보고를 보내와 여러 명의 선교사와 그 가족들을 열대병에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현지 상황에 대한 오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고한 그들에게 교묘히 책임을 전가했다.
셋째 「리빙스턴」은 다른 선교사들과 함께 살고 협동하는데 아주 무능력했던 「비참한 지도자」였다. 그는 미개한 흑인들이 지배하기 더 쉽다는 것을 알고 백인과 협동하기보다 흑인을 거느리는 것을 좋아했다.
넷째 「리빙스턴」은 처자를 돌보지 않아 그의 처를 술주정뱅이로 만들었다.
다만 「질」은 「리빙스턴」이 중동부 「아프리카」의 「아랍」노예시장을 철폐시키는데 공헌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노예시장의 참상과 부도덕에 대한 「리빙스턴」의 주장은 미국인 「저널리스트」「헨리·모튼·스탠리」에 의해 영국에 보고되고 이것을 영국정부가 「잔지바르」추장에게 노예시장을 폐쇄하라는 압력을 넣는 계기가 되었었다. 물론 「리빙스턴」이 「아프리카」에서 존경받는 주요이유는 이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은 선교와 무역활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식민화 정책의 일환이었다는 것이「질」의 주장이다. 영국의 식민경영은 항상 영국선교단과 무역회사가 앞장서왔다는 것은 역사적 정설이다.
아무튼 「리빙스턴」을 아직도 숭앙하는 「아프리카」인들이 영국 식민지주의의 죄악을 규탄하는 「아프리카」인과 동일하다는 것은 약간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또한 한 시대를 개척한 역사적 거물이 사후 1백년이 지나 다시 그 성가에 대한 하향조절이 시도된다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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