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간 한국선수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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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할 한국대표선수단일행 38명은 주일 소련대사관으로부터 정식으로 입국「비자」를 받고 서울을 출발, 이미「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세계의 대학생 「올림픽」으로서, 모든 나라의 선수가 참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유니버시아드」대회는 주최국이 소련인데다가 한국과 소련은 비우호적인 대립을 지속해 왔었음으로 우리나라선수단이 참가할 수 있을까 의문으로 생각되던 터에 소련이 정식으로 입국「비자」를 내줌으로써 마침내 출전을 하게 된 것이다.
소련의 한국선수단에 대한 입국허가는 미승인국·미수교국 국민에 대한 입국허가요, 국제법이나 국제관습으로 보아 허다한 선례가 있는 조치를 취한데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에 대해 시종일관 적대 내지 비 우호정책을 취해오던 소련이 이 시점에서 다수의 한국선수단에 대해서 문호를 개방하였다는데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l∼2년내 강대국간의 평화공존 경향은 남북한의 분단된 채로의 공존 기운을 성숙시켰다. 이러한 기운의 성숙은 우리민족의 자결을 촉구하고 있는데 남북한은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대화를 개시했다. 대화의 진전속도가 지지부진함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지속이 남북한에 대해서 각각 적대적 내지 비우호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게 하고 있음은 가릴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6·23」선언을 통해 한국이 외교정책전환을 대담하게 내세우고, 공산국가에 대해서 완전히 문호개방정책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공산국가들은 미묘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현재 소련이 한국에 대해서 취하고 있는 태도는 비록 한국에 대해서 법적인 승인을 주고 수교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교류를 시인하고, 이를 점차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교류의 누적이 정치적인 접촉과 교류를 촉진하고, 나아가서는 국가간 수교의 토대를 구축해 줄 것을 생각하면 한·소 양국간의 비우호적인 자세의 상호청산은 앞으로 양국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의할 것은 소련의 한국에 대한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문호개방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그것과 상호 교환적인 성격을 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6·23선언에 발을 맞추어 북한의 「유엔」「업저버」단이 미국에 입국하고 「뉴요크」에 연락사무소를 차려놓는 것을 인가했다. 한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이 이처럼 북한에 대해서 경의를 봐준 것을 생각하면 소련이「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하는 우리선수단의 입국을 허가한 것은 당연지사요, 조금도 특혜적인 것이 아니다.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교류는 한국과 소련, 그리고 동구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다소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공산제국과의 관계정상화가 곧 실현되리라고 생각하면 이는 아마도 중대한 착각일 것이다. 이 과제는 남북한관계가 본격적으로 개선된 후에나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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