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글·그림 이상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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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복이 썩 물러서지 않았는데도 달이 훨씬 커졌다. 차가운 달빛이 새벽으로 제법 선들기를 몰고 온다. 벌써 마음속으로 산야를 찾는 절후가 다가선 것이다. 도시와 산촌이 서로 바라는 아쉬움의 순환현상이라고 할까. 고향을 북쪽에 두고 온 실향민이 아닐지라도 눈물 자국 같은 망향증상은 누구에게나 있다. 처마 끝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한동안 잊었던 선친과 친척들의 모습을 일깨워본다.
그것은 옛 추억이 아니라도 좋다. 무어라 꼭 집어 형언하기 어려운 묵직한 생각. 양지 바른 산허리엔 비석이 서 있고 상석은 풀에 묻혀 있지만 당장에라도 찾아내어 큰절을 하고 싶다. 그때 옆에 제관인양 어미소 한 마리가 조는 듯 덤덤히 풀을 되씹고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향수 같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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