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 선진국 경기회복에 체력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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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하저(上高下低) 대 상저하고(上低下高).

 2014년 주식 시장 흐름에 대한 5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대답은 갈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방점을 찍은 센터장들은 하반기 주식 흐름이 좋을 것으로 봤다. 반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조정에 무게를 둔 센터장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흐름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상반기 최고치를 형성하겠으나 이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같은 금융시장 스트레스 요인으로 박스권에 묶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상반기 시장이 출렁일 수 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을 체감하면서 증시도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고점 시기에 대한 전망도 2분기와 3분기가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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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각국의 경쟁적인 돈 풀기에 기대어 상승했다면 올해는 실물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기업의 실적 개선이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올해는 큰 틀에서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일본을 필두로 각국이 장기간 양적완화 정책을 펴오면서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기업 실적도 개선될 거란 얘기다. 수출을 기반으로 한 한국은 선진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원화가치 상승과 엔저 현상은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은 3%대 후반대로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 테이퍼링과 원고·엔저 현상이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스피 상단과 하단 예상폭도 크지 않다. 5개 증권사가 예상한 코스피 지수 최고치 중 가장 높은 것은 2420(우리투자증권), 최저치 중 가장 낮은 것은 1850(신한금융투자)이었다. 올라도 확 오르지 않고 내려도 훅 꺼지진 않을 거란 얘기다.

 유망 업종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업종이 주로 꼽혔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조선·자동차 업종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 데다 내년 내수 및 부동산 경기 개선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 전망이 더해져 유망 업종으로 꼽혔다. 지난해 5개 증권사 센터장 모두가 유망 종목으로 꼽았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한 명의 추천을 받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3개 증권사 센터장의 유망 종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신동석 센터장은 “IT 분야가 소수 리더만의 게임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후발업체가 참여 가능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투자에선 신흥국보다 선진국 주식이 나을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뿐 아니라 이들 시장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이 많이 추천됐다. 지난해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만큼 해외 주식보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한 센터장도 있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센터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시장이 하락하면 자산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며 “브라질 헤알화가 향후 15%가량 더 내려가면 브라질 채권을 매입하라”고 조언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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