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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신속 공격형으로 탈바꿈 … 해양강국 길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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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양강국 건설과 미·일 동맹에 맞서 대대적인 군 개혁을 준비 중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중국이 육군 위주의 기존 7개 군구(軍區) 체제를 유사시 신속대응 능력을 강화한 5개 전구(戰區)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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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안에 따르면 중국은 연안에 위치한 지난(濟南)·난징(南京)·광저우(廣州) 3개 군구에 각각 육·해·공·제2포병(전략 핵미사일부대)을 통합 운용하는 ‘합동작전사령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는 전투 수행 능력을 강화해 지역 수비형 군대에서 공격형 군대 편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복수의 중국 군부 고위 간부는 이들 연안 전구에 각각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의 제공권과 제해권 확보 임무가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중국이 ‘해양강국화’를 추진한 뒤 피할 수 없는 미·일 동맹과의 대응을 염두에 둔 선행 조치”라고 고위 간부는 설명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열린 18기 3중전회(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도 높은 군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군대 체제와 편제의 조정 및 심화 개혁’이란 항목에서 “군대의 규모와 구조를 개선하고 군 병종의 비율을 조정해 비전투 기구와 인원을 축소할 것”이란 게 핵심 내용이다. 최근 중국의 군사소식통에 따르면 기존 230만 명 규모의 병력 가운데 10% 내외를 감축해 200만 명 체제를 유지하는 고강도 감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월부터 군사위 부주석에 취임한 공군 출신의 쉬치량(許其亮)을 리더로 하는 기구개혁안 작업소조가 관련 부문의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휘체제 개편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중전회를 앞두고 홍콩의 시사잡지 ‘외참(外參)’은 “당중앙군사위 직속의 총후근부와 총장비부를 합병해 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근부 3총부 체제로의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인민해방군 내 뿌리 깊은 부패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첨단 무기에 맞설 신형 무기 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스텔스 전투기, 무인기 개발 등의 임무는 국방과학위원회로 일부 이관해 전투 수행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2012년 중앙군사위 주석에 취임한 시진핑(習近平)은 첫 지방 시찰지로 선택한 광둥에서 남중국해 분쟁 지역의 순찰 임무를 맡고 있는 하이커우(海口)함에 오르고, 광저우군구 소속 42집단군을 시찰했다. 당시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최신예 수륙양용전차에 오른 사진을 공개하면서 ‘광저우 군구’가 아닌 ‘전구’라는 용어를 사용해 임전태세를 강화하라는 시 주석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7대 군구의 5대 전구로의 개혁을 예고한 셈이었다. 시 주석은 취임 이래 “전쟁을 할 수 있고 전쟁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강군의 꿈(强軍夢) 실현’을 줄곧 강조해 왔다.

 중국의 제해권 강화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공해전(Air-sea battle) 독트린에 맞서 추진해 온 ‘접근 거부, 영역 거부(A2/AD)’ 전략의 추진을 위한 선행 조치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랴오닝함을 핵심으로 한 항공모함 전투단을 편성해 첫 원양훈련에 나섰다. 1일에는 칭다오 모항으로 복귀하는 항모전투단의 사진을 처음 공개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 국방백서에서 “해양강국의 건설은 국가의 중요한 발전전략이고 반드시 해양권익을 지키는 것이 군의 중요한 직책”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해양강국화를 가속화하는 데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로 촉발된 영유권 분쟁, 대만의 독립 방지와 맞물리면서 해양권익 확보가 중국군의 최우선 임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 훈련도 다변화 추세다. 중궈신원왕은 1일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1월 말까지 펼친 40차례 군사훈련 가운데 외국 군대와 함께 육·해·공 연합 훈련을 펼친 횟수가 17차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림팩(RIMPAC·환태평양합동훈련)-2014’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략 핵미사일을 탑재한 원자력잠수함을 공개 했다.

 한국외국어대 황재호(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이 공동안보·비동맹·비대항·비적대시라는 신형 안보관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방어를 위주로 하는 기존의 후발제인(後發制人) 전략에서 공세적인 선발제인(先發制人) 전략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군사력 균형의 변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경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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