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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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름철에 접어들면서부터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 되어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풍기를 켜 놓은 채 잠들었다가 사망한 사람이 벌써 4명이나 되고, 올 여름 들어 익사자만도 3백 여명이 된다. 치안국 발표에 의하면 익사의 99%가 수영 금지 구역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수영 안전 지구에서만 수영을 했던들 이들 억울한 희생자는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더위에 지친 나머지의 경솔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풍기 때문에 죽음을 당한 희생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무더위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잠 못 이루는 밤의 괴로움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켜 놓고 잔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수면 중에는 체온 조절 작용이 약화되고, 산소 흡입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니 아무리 덥더라도 선풍기를 켜 놓고 잠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매스컴도 여러 번 경고했었으니 말이다.
식중독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이 무더위에 웬만한 식품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냉장고 속에 둔 식품이라고 하더라도 1주일 이상 지나면 변질하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황차 냉장고 속에 저장된 것도 아닌 보통 식품을 아깝다는 일념 때문에 버리지 않고 헹궈 먹거나 아껴 두어 묵힌 뒤에 먹는다는 것은 이제 절대로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상식이다.
최근에는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풀에서조차 익사자가 나오고 있다. 초만원 북새통의 풀에서 갑자기 실종 된 고교생의 수색을 요청했으나 풀장에서는 많은 입장객 때문에 수색도 하지 않다가 실종 후 6시간 만에야 풀 바닥에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치는 풀인지라 수영 안전원이 허우적거리는 고교생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규정대로의 충분한 안전 감독원을 배정했었던들, 실종 직후 철저한 수색 작업으로 익사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 초·중·고·대학생들이 모두 방학에 들어가 각 수영장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해수욕장에는 수영 강사들이 있고 수상 안전원이 있어 익사의 염려는 적을 것이다. 그러나 사전 준비 체조도 하지 않고 찬 물 속에 덤벙 뛰어드는 경우에는 심장 마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모두 여름을 시원히 건강하게 지내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하자. 우리 나라 사람 중 몇 명이 주택에서 룸·쿨러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며, 또 몇 명 이 해수욕장이나 심산 유곡에 별장을 가지고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채와 선풍기로 더위를 쫓고 있으며 목물이나 하고 여름을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피서 행각에 들뜰 것이 아니라 바캉스는 내일의 활력을 양성하기 위한 조용한 휴식임을 알아야 하겠다.
옛날 선풍기도 없을 때에도 모두들 건강히 지내지 않았던가.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비단 물 속에 뛰어드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강이며 산이며 들이며 논·밭을 돌아보고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오순도순 우의를 즐기고 시골 농막에서 옛이야기로 소일하는 낭만도 있지 않는가. 우리 모두 지나치게 들떠서 더러운 물 속에라도 뛰어 들려 하지 말고 어디서든 상쾌하게 여름을 지내는 방법 즉 내서 방법을 연구하여야 하겠다. 근로 봉사 활동이며 계몽 사업 등도 그 한 방법일 것이다.
교사들과 부모들은 자녀나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건전한 피서법을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요, 여름 방학이 지난 뒤에 교실이나 가정에 빈자리가 하나라도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무모한 탓으로 생명을 잃었다거나 건강을 해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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