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살펴보니…] 흥분제 등 11가지 섞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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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제 부프로피온, 간질치료제 토파멕스, 식욕억제제 펜디메트라진, 교감신경흥분제 에페드린, 이뇨제 스피락톤, 갑상선 호르몬제제 신시로이드 …'.

취재팀이 입수한 비만 환자 처방전에 쓰인 약들이다. 놀랍게도 한 환자에게 무려 11개나 되는 약이 동원됐다. 특히 이들 약물은 모두 비만 치료제로 공인된 약물이 아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친 비만치료제는 제니칼과 리덕틸뿐이다. 이를 제외한 약물은 비만이 아닌 다른 질환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토파멕스는 간질 치료제이며, 체중 감소라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멀쩡한 사람이 단지 날씬한 몸매만을 위해 간질 치료용 약물을 복용하는 건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 약물을 복용하면 당연히 몸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 환각과 환청 등 정신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약물은 다이어트의 보조수단에 불과하며, 한달에 3㎏ 이상 살을 빼는 것도 건강에 해롭다"며 "심한 비만이라도 한꺼번에 3종류 이상의 약물을 쓴다면 과잉 처방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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