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행사와 활동의 범위|현역작가 백인 전을 보고|임영방<서울대 미술대 교수 철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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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역화가 1백인 전>은 우리 나라 현대미술의 발전양장을 엿 볼 수 있는 행사로 국립현대미술관 이전 개관을 뜻 있게 장식하여 주고 있다. 뿐더러 이 전시는 우리에게 두 가지의 문제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현역 작가들의 발전적 창작력의 척도를 짚어봄으로써 흑백이 가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두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널리 일반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일제 치하에 제작된 작품이 소개됨으로써 한국 근대화의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앞으로의 방향과 그 미관을 어느 정도 알아 볼 수 있다는 면에서도 이번 특별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적가치 문제에 속하는 사회적 행사로 보아야겠는데, 그러나 사적 성격을 갖춘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대상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전시품들은 미술작품으로서의 창작성에 비추어 그 미적 가치를 미술사의 흐름과 줄기로 삼게 되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전시는 작품의 창작성 보다 사적 희소가치에 치중된 느낌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김환기씨의 1938년 작 『론도 나 김정현씨의 I952년 작 『임간 춘추』, 박협현씨의 1957년 작『정물』 등은 시각의 중복이 된 경향에서 이탈하여 진취적이며 지각화 작품성격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발전적 창작력을 짐작케 하여 주는 경우로는 김기창씨의 l934년 작『가을』, 안상철씨의1958년 작 『잔설』, 안동숙 박노수 천경자 서세옥 권영우 정창섭 권옥연 변종하 유영국 남관씨 등의 작품들이라 생각된다.
한편 조각은 작품 소재·재료·표현 등에서 다양함을 찾을 수 있으며 고질적인 유형의 작품이 덜 되는 것은 아주 다행하게 여겨진다.
우리 나라의 현대조각사를 엮어줄 수 있는 이들 전시작품을 그 발전적 조형 양상과 재료를 다루는데 있어서 불가피한 능숙하고 세련된 기술의 발달을 짐작케 해준다. 마치 인간의 본질이 그 이지적 판단력에 있다고 볼 수 있듯이 감각의 피상적 대상에서 마음의 대상으로 바뀌었음은 외양에 치중하기 보다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 점 전시작품들은 그러한 창작성을 과시해 주고 있다 하겠다.
미술인들은 이번의 100인 전이 창작 활동에 있어서 확실히 방향제시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려야 될 것이다. 지난날과 오늘의 자신을 보고 그 작품방향을 살펴본다면 작가의 존재가 창작 활동에 있을 뿐 결코 현실 타협에 있는게 아님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전시가 미술관에서 자주 열리기를 바라는 것은 미술인이나 식자 또는 학생들만을 위한게 아니고 일반대중의 관심을 이끌게 하는 데에도 적잖은 자극제가 된다. 그러므로 전시 자체에 치중해 미술관이 한낱 전시로만 취급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싶다.
이번 100인 전의 경우, 우리 나라 현대미술의 축도라는 견지에서 그 발전상황과 시대적 배경, 작가 소개 등이 세계적 현대미술의 조류와 함께 쓰게 될 수 있는 일반 토론 및 발표회동을 곁들일법하며 나아가 현역작가와 일반과의 인간적 혹은 작가로서의 대화의 확장이 펼쳐지기에 알맞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사회적 위치는 대중이 창작성에 관심을 가질 때 부각되기 마련이다. 즉 작가와 인간적으로 부딪칠 때 그 전달이 더욱 용이한 것이며 이는 대중의 문학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시와 함께 영사실에서는 현대미술 작품의 소개가 슬라이드 나 영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활기를 왜 주지 못하고 있는지?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제한 받고 있는 듯하지만 막상 이런 활동에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제한 받고 있는 듯하지만 막상 이런 활동에는 예산문제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또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 안내 방안도 구상해 봄직한 일이다. 전시는 특정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미술관은 전시행사만으로 그 사명을 다하는 게 아니다. 한정된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인쇄물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림 엽서형의 작품복사로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행사 적인 전시보다도 미술관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에 신경을 쓰는 일이 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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