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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적 관광자원 개발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일 본지 보도와 같이 최근 국내에서 발행되는 모 영자 신문에는, 두 사람의 주한 외국인들이 누구의 눈에도 빗나간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한국의 관광사업 실태를 놓고 이를 풍자적으로 야유한 두 편의 긴 투고를 싣고 있어 직자간에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글들은 국가의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 밑에 외화만 벌어들이면 아무 것도 가릴 것이 없다는 식의 탈선관광진흥이 막상 이 나라를 찾아와서 머무르고 있는 파란 눈에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시사해주었다는 점에서 한편 충격적이면서 다른 한편 매우 낯뜨거운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었다.
이 글들은 이른바 관광기생이라는 젊은 여인들의 윤락 행위가 관광개발-외화획득-경제발전이라는 논리로서 용납될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역설적으로는 아예 한국의 모든 나이 어린 미남. 미녀들을 미리 중·고교과정에서부터 외국인 남녀관광객의 접객 요원으로 양성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스스로 겸손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주한 외국인의 신문기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우직한 분통을 터뜨리려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필자들은 부러 괄호 쳐서 『겸손한 제안』이라 말했듯이, 이 글의 집필 동기가 냉소적 새터리스트 조너던·스위프트의 문체를 빈 것이라 하지만, 언어·습관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 그 같은 냉소적 새 타이어를 함부로 글로 발표한 필자 자신과 편집자의 경률을 나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표면상 풍속과 반어와 역설로 점철돼 있는 그들의 글의 행간 지배에는 오히려 그네들이 손님으로 와 있는 나라의 앞날을 남의 일 같지 않게 염려하고 있는 고마운 애정도 스며있음을 읽을 수 있다.
요컨대 이 두 투고자들은 일반국민들에게는 좀 모욕적인 표현을 폈지만 관광 사업에 있어서 「논리」를 초월해 버린 경제의「논리」, 모든 「도의」적인 고려를 외면해 버린 수지타산의 「합리」주의가, 만일 그것만으로 독주할 경우에는 어떤 국면으로 저돌할 것인가 하는 것을 앞질러 보여주고 반성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경제가 수지타산의 논리를 무시한 논리만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과 또 마찬가지로 관광 여행이 결코 수도자의 막막하고 순수 무구한 순례행각이 아니라 하는 것쯤은 잘 알고있다.
뿐더러 우리에게 그러한 풍자를 해 준 외국인 투고가의 모국에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밤의 여인』이 있고 그녀들을 찾는 손님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체주의의 위선적인 선전을 제외하고는 완전한 인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사회가 없다는 것도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이와 같은 인식이 우리의 빗나간 관광개발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성을 정당화 해주거나 자기변론 해 줄 수는 결코 없다고 우리는 본다.
문제는 그런데 있는 것이 아니다. 병태적인 우리 나라 관광사업의 핵심 문제는 관광사업의 본과 말이 완전히 전달되어 있다하는 바로 그 점에 있다. 외국의 경우엔 관광의 주변적인 요인들이 한국관광에서는 본질적인 요인이 되고, 외국관광에서는 본질적인 요인들이 한국관광에선 도리어 주변적인 요인으로 밀려나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우기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외국관광에 있어선 사사로운 어드벤처(위험), 혹은 개인적인 에피소드에 속하는 밤의 체험들이 한국관광에선 전체 여행의 패키지·프로그램으로 공식화되어 공공연히 주시되고 과대 선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관광사업의 궁극이 무엇이 되겠느냐 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의 모든 소년소녀들을 웃음과 섹스를 파는 서비스 망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통렬한 풍자가 바로 이런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해서 망언일까.
관광사업을 운위하거나 저도 모르게 그 과열에 도취된 모든 사람들의 대오각성이 있어 마땅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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